End of the road (1)

Intro

마음이 아프다. 2016년 2월 4일부터 시작했던 길은 이제 막다른 곳에 도달하여 맺음을 앞두고 있다. 그 때에는 이럴 것이라고 상상하지도 못했고, 아니 어떤 길로 갈 것이라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래도 다시 이 길을 선택하겠냐고 묻는다면, 4일전까지의 나는 주저없이 대답했겠지만 지금은 잘 모르겠다. 굳이 따지자면 이 길에서 얻은 인생의 교훈은 크지만, 그리고 나를 성장시켰지만, 굳이 또다시 겪고 싶지는 않다. 선의와 진정성을 믿었던 삶의 지향점이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이제는 섣불리 좋은 의도만으로 내 선의가 전달될 것이라고 믿지도 않을 것이다.

정말 치욕스러울만큼 모진 말을 들었지만, 감정이 잦아들고나니 오히려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내가 지난 3년 동안 성장할동안 정말 너희들은 하나도 성장하지 않았구나. 혹은, 아니 이 정도의 애들을 데리고 내가 뭘 하려고 했던 것이지?

Last 4 Days

2주 전쯤, 2016-2017년 같이 일했던 회사의 주식을 매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매도의향을 회사에 이야기했고, 회사서 매수 의향이 있는 매수자를 어레인지 하였다. 매수자를 만났고, 적절한 범위에서 주식 매매 계약서 초안을 작성했다. 회사에게 해당 내용을 통보하기 위해 날인하지 않은 계약서를 송부하였다. 아마도 거기가 제일 패착이었던 것 같다. 좋은 선의..

회사측에서는 법률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고, 나는 기다렸다. 검토하겠다고 하였지만 회신이 오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매수자가 있다고 하며 기다려달라고 했다. 나는 계약을 마무리 짓고 싶었고, 기다리는 현재 매수자에게도 미안했다. 두번째 패착이었을 것 같다.

며칠 후 현재 직장에서 펀드 제안서를 쓰며 며칠 간 4시간씩 자면서 눈뜨면 회사에서 살 때 였다. 내일 당장 LP에게 전달할 제안서 작업을 마쳐야 했던, 험난하고 긴 저녁을 보내며 회사에서 일하던 중 전화가 왔다. 큰 기관 매수자가 나타났다고 하고, 당장 전량 매도를 결정해야한다고 했다. 매수하고자 하는 기관에서 사장 보고를 앞두고 있다고 했고, 지금 당장 결정하지 않으면 안된단다. 무슨 결정을 이런 식으로 하느냐고 이야기하고, 정말 생업이 중요했기에 전화를 끊었다.

며칠 뒤 원래 계약서가 오고가던 매수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이번 계약은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며, 회사에서 연락이 너무 늦게온다고 했다. 생각해보니 회사의 대표와 매수자가 따로 만난다던 날이었다. 아차 싶었다. 회사 대표가 매수자에게 이야기해서 이 거래를 깼구나..

다시금 며칠 뒤, 회사 대표에게서 기관 매수자를 만날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 만나서 이야기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회사 대표는 그 자리에 참석하고 싶다 했고, 대신 다른 공동창업자가 나왔다. 이야기의 흐름이 어떻게 갈지는 뻔해보였다. 하지만 뻔한 것보다 더한 것이 기다리고 있었다.

Brain trust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따로 빼놓지 않다보니 좀 정리가 안되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두뇌 처리 속도나 신선한 시각을 유지하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정리라도 잘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더하기보다는 빼기, 빼면서 우선순위를 확보하기.

그런 의미에서 최근 다시 복기된 가장 중요한 생각은 – 공헌이익에 대한 생각도 좀 있었고, 유통구조에서 채널의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을 정리한 것이 있었지만 – 대표이사 (혹은 어떤 조직의 리더)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Brain trust 라는 점. “누구에게서 말을 듣고, 누구의 말을 신뢰할 것인가.”

Knowing whose advice to take and on what topic is the single most important decision an entrepreneur can make.

혹은, 점차적으로 이 부분을 성장해나가기 위해서는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아우 어렵다.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보다 더 어렵다.

What matters most – OKR이 중요한 이유, 혹은 OKR보다 중요한 것

최근 참여하고 있는 독서모임에서 OKR에 대한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다.

  • High Output Management
  • OKR 전설적인 벤처투자자가 구글이 전해준 성공방식

High Output Management는 원조 이론서라면 후자는 실전이론판 같은 버전이었고, 모임에 참여한 사람들이 각자  몇개의 회사를 거치며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OKR을 나누는 소중한 시간이었는데 이 배움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이 책을 읽었다 가정하기에 OKR이 Objective, Key Result라는 식의 책의 요약은 생략한다. 그리고 이 요약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요약입니다..)

OKR은 회사와 직원 사이의 communication tool

OKR에서 가장 중요한 4개의 키워드는 focus, alignment, tracking, stretching이다. 그 중에서도 중요한 OKR만의 키워드는 alignment와 stretching인 것 같다. 조직의 구성원이 어떤 도전적인 과제를 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툴이며, 그 도전적인 과제가 회사 자체의, 혹은 팀 자체의 도전적인 목표와 alignment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는 툴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OKR은 더 많은 일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더 도전적이고 중요한 일”을 “다함께,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OKR은 성과평과, 혹은 인센티브와 연동되지 않으며 (구글에서는 평가의 1/3 이하로 반영된다고 한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주변상황과 다양한 팀들의 피드백이다) 아래에서 이야기할 KPI와 다르게 관리할 수 밖에 없다.

OKR과 KPI의 차이

OKR이 가장 많이 오용되는, 혹은 헷갈리는 지점은 KPI 을 대체할 수 있는 툴이라고 오해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OKR의 원래 의미와 다른 것으로 KPI와 OKR의 관계에 대해서는 여기에 잘 정리되어 있다.

가장 큰 차이라면, KPI는 day to day work를 정의하고 모니터링하고 개선하는 것이라면, OKR는 업무 자체를 잘하기 위한 GPS같은 것이다.

Good OKRs force you to reevaluate low-priority or non-value-added activities, and reduce, automate, or outsource them so you can focus on what really matters

그렇기에 OKR은 팀에 따라, 혹은 업무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위의 링크한 글에도 나와있지만) Product team과 백오피스의 Operation team의 업무상 OKR의 가중치는 다른 것이 더 자연스럽다.

결국은 OKR의 전제조건이 중요

실제적으로 OKR을 경험한 직원의 입장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보면 생각보다 OKR에 대한 긍정적인 피드백이 많지 않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의욕적으로 OKR을 셋업했지만 매 분기,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형식적으로 수립하고 형식적으로 회고(Reflection)하는데 그치거나, 혹은 너무 빠른 성장으로 인해 도전적으로 설정했던 목표 자체가 너무 빠르게 달성되거나, 혹은 지난 분기 너무 도전적으로 성장함에 따라 이번 분기 OKR이 너무 도전적인 목표로 세워지는 등, OKR 자체의 extra mile에 대한 의미가 퇴색되어 버린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이는 OKR이 쓸모없다고 이야기하기에는 이르며, 오히려 OKR이 잘 활용되기 위해서 필요한 조직의 전제조건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결국 OKR이 효과적인 툴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조직 내의 투명성, Bottom up이 가능한 수평적이면서도 효율적인 의사결정 체계, 직원들이 특정 발언을 통해 불이익을 보지 않을 것이라는 심리적 안정감, 회사와 직원이 한가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focus와 alignment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조직 내에 이러한 변화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조직 내 leadership의 변화와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 개선된 문화와 강화된 리더십 – 사실 OKR을 언급하지 않고서도 모든 조직에 중요한 덕목일 것이다.

이는 중간에 소개된 CFR (conversations, feedback, and recognition)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사실 대부분이 1:1을 통해 얻을 수 있고, 1:1이 중요한 것은 그 행위 자체가 아니라 확보된 시간을 통해 매니저와 직원이 상호간에 어떤 사람인지 배워나가고, 서로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기 때문이다.

근황

폭풍우 같았던 7월을 보내고나니, 일기장에 한줄도 쓴 내용이 없다. 분명 회고도 했던 기억이 나고, 북클럽도 만들어서 책도 읽었으나 구슬이 서말인지 몰라도 꿰는 작업은 전혀 하지 않았던 게 분명하다.

항상 느끼지만 시간이 너무 부족하고, 내 체력은 고작 이것 밖에는 안되고, 하고 싶은 것은 참 많다.


나날이 부족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더 많아지는 것을 보니, 이제 정말 새로운 분야에 들어왔다 싶고, 제대로 투자에 대해 내 자신이 던져진 느낌이 든다. 나이와 경력은 있다고 어른 대접 받지만, 결국 배워야 하는 입장에 있다보니 매 순간 내 위치를 자각하며 적절하게 다독이는 일이 고작이지만 다행히 좋은 팀을 만나 모처럼만에 안정감있는 분위기에서 일하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냥 내가 해야할 일은 앞으로도 이 속도를 잃지 말고 달려나가는 것.


차라리 내가 맞다라는 강한 확신이 들거나, 내가 항상 옳았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이렇게 괴롭거나 고민되는 순간도 없을텐데.. 인생은 초등학생 때 처음 펼쳐본 영영사전을 볼 때처럼 모르는 단어 하나를 알기 위해 모르는 단어 두개를 배워야 하는 수준에서 그닥 나아간 것은 없다.

Jeff Bezos 아저씨가 Strong views, weakly held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정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이거 되는 사람은 정말 무서운 사람이다..

The hard thing about hard things

Hard things about hard things

읽으면서 많은 생각할 거리를 남겨줬던 책입니다. 아마도 계속, 때때로 이 업을 계속한다면 주변에 두고 읽고 생각에 잠길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잘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을 때마다 이 책의 챕터를 뒤적이며 새로운 생각에 잠길 듯 합니다.

특히, B2B Saas서비스로 시작하여 급격한 성장과 (결국에는 살아남았지만) 회사의 흥망성쇠를 겪은 부분에 대해서 더없이 공감이 되었습니다. 사실 이 책의 대부분은 좋은 내용보다는 얼마나 힘들었고, 그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고, 라는 스토리가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어려움이 닥쳤을 때 마음가짐과 대처방법은 두고두고 머리에 담아두려 합니다.

If you’re going to eat shit, don’t nibble.

대표로서 매 순간은 힘든 부분의 연속이겠지만, 특히 Loudcloud에서 15퍼센트의 직원들을 내보내는 결정을 하면서, Ben은 큰 고민에 남겨지게 됩니다. 그 중에서도 생각의 순서와 명료함이 인상적입니다. 어려운 결정들을 하면서 ‘벌어질 수 있는 가장 최악의 상황’을 고려하는 것이라니, 어쩐지 스타트업의 대표와는 어울리지 않는 질문인 것 같습니다만, 오히려 이 질문은 그렇게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발생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 같습니다.

Now I had to send home 15 percent of our employees. It was the clearest indication yet that I was failing. … (..) What’s the worst thing that could happen? .. What would I do if I went bankrupt?

(…)

Yet, most things could still be delegated and most managers would be empowered to make decisions in their areas of expertise, but the fundamental questions of whether – and how – Loudcloud could survive was mine and mine alone to answer.

그리고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했던가요. 그 힘든 시간을 통해 가장 많은 것들을 배웠다고 합니다. 무엇보다도 힘든 소식을 직원들과 공유하는 것은 생각보다 문제가 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는 그것을 해결할 능력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그러한 일을 좋아하고 동기부여가 된 사람에게서 나온다고 합니다.

My single biggest personal improvement as CEO occurred on the day when I stopped being too positive. As the highest ranking person in the company, I thought I would be best able to handle bad news. The opposite was true: Nobody took bad news harder than  I did…. (…)…A much better idea would have been to give the problem to the people who could not only fix it, but who would also be personally excited and motivated to do so.

Peacetime CEO vs. Wartime CEO

그리고 정말 끝까지 가보자 마음먹으면서 (아마도 그런 생각을 함으로써 마음이 좀 더 편해졌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오히려 더 중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When they finished I said, “Did I ask for this presentation?” Those were the first words I spoke as I made the transition from a peacetime CEO to a wartime CEO. This is wartime. The company would live or die by the quality of my decisions, and there were no way to hedge or soften the responsibility.

오히려 선택과 집중을 하면서도 집중하고 꼭 성공시켜야 하는 태스크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물어볼 수 있습니다.

It’s a good idea to ask, “What are we NOT doing?”

Leadership

Ben은 다른 강연에서도 people management의 중요성, 그리고 사람들이 이 부분을 얼마나 간과하는지 종종 이야기(링크)하고는 했습니다만, 특히 어려움 극복에는 더 큰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책의 초입에 Ben은 본인이 생각하는 Leader에 대한 이야기는 많은 것을 생각나게 합니다.

In retrospect, it was my first lesson in leadership. Leadership is ability to get someone to follow you even if only out of curiosity.

특히, 가장 큰 어카운트가 계약 해지를 고려하면서 보여준 리더십이 가장 인상적 이었습니다.

“Jason, the whole company is at your command. Whatever you need, I will make sure you get it. Anthony, Jason is going to work to deliver all the values that EDS expects, but he will fail. He will fail to deliver one hundred percent of expectations, so you’re now in charge of finding out what they don’t expect, but want. You’re in charge of finding the exciting value. When you do, you will deliver it.

Culture

Ben은 회사의 문화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합니다. 문화란, ‘회사 안에서 어떻게 일할 것이냐, 어떻게 일하는 것이 바람직하느냐’의 총체적 이야기이기에 – 그리고 “어떻게”는 당연히 “왜 일하느냐” 와 결부되어 있습니다. 가장 잘하는 방법을 찾으려면 “왜”라는 질문을 던질 수 밖에 없으니까요 – 회사가 성장하여 하나의 시스템으로, 하나의 조직으로 성장하기에 꼭 필요한 고민입니다.

1. Trust.

Without trust, communication breaks.

Radical candor를 읽으면서도 느꼈던 것이지만, 회사 내 신뢰는 매우 중요합니다. 다양한 조직에서 일하면서 가끔 이 신뢰자본을 헷갈려하시는 분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신뢰라는 것은 ‘내 마음에 들고 안들고’와 상관이 없습니다. 취향의 문제를 옳고 그름의 문제와 동일시하게 된다면 신뢰가 남는다기보다는 조직 내에서 목소리 큰 사람이 하자는대로 끌려갈 수 밖에 없겠지요.

2. A good culture is like the old RIP routing protocol: Bad news travels fast; good news travels slow

A healthy company culture encourages people to share bad news. A company that discusses its problems freely and openly can quickly solve the problem. The resulting action item for CEOs: build a culture that rewards – not punishes – people for getting problems into the open where they can be solved.

흥미로운 이야기였습니다. 건강한 조직일수록 안좋은 소식은 빠르게 공유되고, 공개적으로 논의된다는 것은 사실 회사 내 굉장한 신뢰자본이 없다면 어려운 일입니다. 아, 그리고 좋지 않은 소식, 혹은 징조를 미리 알아차릴 수 있는 훌륭한 직원들이 있어야 하는 것도 물론입니다. 공개적으로 좋지 않은 이야기를 꺼내고 공론화하여 해결책을 찾아가는 직원들이야말로 말로만하는 loyalty보다는 훨씬 더 조직의 목적이 부합하는 직원이 아닐까요.

 

Outro

사실 이 이외에도 이 책에서 또다시 곱씹고 싶은 구절은 절절하게 많았습니다만, 이 책에서 단 한줄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다음의 문장이 무엇보다도 기억에 남습니다.

Take care of the people, the product, and the profit, in that order.

일을 하는 사람, 일이 되게 하는 사람, 문화는 사람이 일을 하게 해주는 것. 그리고 리더십은 그러한 일하는 사람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주고 동기부여 하는 것, 자연스럽게 그렇게 일하는 방법을 문화로써 조직 내에 정착시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입니다.

Challenge accepted

“나는 누구인가”

저에게 맞는 선택인지, 과연 이것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인지 고민이 많이 되었지만, 대학교 졸업할 때에는 지금처럼 스타트업에 머무르게 될 지 몰랐던 것처럼, 이 또한 부질없는 질문이, 부질없는 고민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생은 매 순간, 매일 매일은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이지만, 결국 흘러가는대로 살아갈 수 밖에 없다는 어르신들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며 투자사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합니다. Challenge Accepted!

Leaving Moloco

지난 1월을 마지막으로 Moloco를 나오게 되었습니다. 역시나 정해지지 않았지만, 그리고 점점 경력이 더 무거워지는, 어쩌면 중요할 수도 있는 시점에서 큰 결정을 내린 다는 사실에 겁이 나기도 하고, 잘하는 결정일까 오만번을 고민하다 결국 나오기로 결심하고 행동으로 옮겼습니다. Moloco를 다니며 왜 힘들었는가, 나온다고 하는 결정이 힘든 상황을 피하기 위한 결정은 아니었는지,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다독이며 – Moloco가 나오기에는 참 훌륭한 회사이기도 했습니다만 – 내 마음은 왜 그렇게 흘러갔고, 이 결정이 과연 내 인생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찾아보려 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디에 소속되어 무슨 일을 한 것인가 이외에, “어떻게 살 것인가”, 또는 “나는 어떤 사람이며, 어떤 일을 어떻게 할 때 행복한가”의 문제이기도 하기에 이 시점에 한번쯤 또다시 나를 되돌아보고 정리하고 가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겠지요.

 

It’s fun being me

저에게는 “나로써 살고, 나로써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중요함을 깨달았습니다. 일을 하며 “내”가 된다는 것은 내 의견대로만 일을 진행하거나, 내멋대로 일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과연 내가 Ego과잉은 아니었나 깊게 고민하기도 했었습니다만 – 스타트업을 좋아하는, 스타트업에 머무르는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 Ego과잉이기도 하고, 사실 저도 그 안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으니까요.

내가 나일 때 즐겁다는 것은 이런 부분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입니다. 이런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지만, 나라는 사람에게는 – 혹은 각 개인에게는 – 각자의 향기와 색 (color)가 있는데 그것이 그대로 드러날 수 있는 것이 저에게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향기와 깊이가 개인에게서 느껴지지 않는 경우,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알게되었네요. 다시 써놓고보니, 어쩌면 Ego과잉이었는지도 모르겠네요. 하하. 다만, 비유를 하자면 연인과의 관계에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보지 않는 관계는 오래 지속될 수 없고, 좋은 사람을 만났다는 증거는 더 내 자신을 돌아보고,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애쓸 수 있는 관계라는 비유가 적절할 것 같습니다.

Bias toward low-context communication

그렇기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리고 내 자신으로써 일하기 위해, 끊임없고, 오해없는 communication이 필요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 나는 어떤 사람이고, 이런 경우에 행복합니다 – 이 과정에서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스스로에게 대답하고, 때로 그것을 주변에 이야기하고 이해받고 이해하는 과정들이 필요하고 중요한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더 나아가 다른 사람의 향기와 색깔에 관심이 많고, 더 알고 싶어하니까요.

그러나 세상에는 각기 다른 화법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의 신호를 잘 해석하고 내 신호를 때로 그러한 방식대로 – high context communication – 으로 해야하는 경우가 있습니다만, 안타깝게도 제가 그러한 부분에 강점을 보이는 사람은 아닙니다. 똑같은 말을 다르게 해석해야 하는 경우, 그리고 그런 부분에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경우 내적으로 지치게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만약 똑같은 high context communication에서 에너지를 덜 쏟기 위해서는 “말하지 않아도 알아채는”, 다시 말해 일을 넘어선 친밀함과 관계가 필요했었고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러한 친밀함을 일터에서 찾는 스타일을 잘 융화시키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솔직히 제가 말을 놓거나, 혹은 “언니”나 “오빠”라고 하는 것들이 편하지 않은, 어쩌면 굉장히 딱딱한 사람일지도 모르겠네요.

Staying positive and being an introvert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제가 “내 이야기”를 잘 풀어내거나 “내 선호”를 강하게 주장하는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제 에너지는 외부로 뻗어나간다기보다는 내부로 prioritize하는 경향이 큰 사람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때로 갈등 상황과 그것을 풀어가는 과정 중에서, 이런 것들을 외부에 피력할 수 있고 알릴 수 있는 “타이밍”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 순간들을 놓치면 your voice will not be heard, forever. 안타깝게도, 에너지를 내부에 쏟는 경향이 있는 저에게는 그 순간순간 참아버리다가 폭발할 수 밖에 없는 바람직하지 못한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누군가를 험담하거나 하는 부정적인 에너지들이 – 누군가는 직장생활에서 뒷담화는 윤활유이라고 하기도 하지만 – 설령 누군가 맞지 않아서 보지 않거나 헤어지는 결정을 하게될지언정 저에게는 누군가에 대해서 뒤에서 나쁘게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견디기 힘든 스타일이라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외부로 부정적인 에너지를 쓰는 행위 자체가 제가 가진 성향과 너무 정반대의 일이었으니까요.

Outro

사실 이렇게 제 스스로를 알게 해준 것 이외에도, 정말 Moloco에 고맙고 고마웠던 것은 AdTech에 그보다 더 좋은 스승은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마 AdTech를 떠나도 후회하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다만, 앞으로의 결정의 큰 프레임은 단순히 어떤 industry에 머무르거나 떠나는 결정이 아니라, 어쩌면 employer로 살 것인가, employee로 살 것인가, 오히려 더 단순하면서도 큰  문제일 수 있고요. 그 고민의 여정에서 – soul searching, 저의 마음은 어쩌면 Yes or yes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 “Yes”를 찾기 위해 조금 더 고민해보고 실행에 옮기려 합니다. 제 인생에서 몇달이라는 기간은 그리길지 않은 순간일 수도 있고, 저는 지금 이 고민하는 순간이 참 행복하고 감사하게 느껴지기도 하거든요.

Full of gratitude

이제 2달만 지나면, 스타트업의 바다로 나온지 만 4년을 채웁니다. 지난 4년 동안에는 참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이런 일, 저런 일을 다양하게 겪다보니 오히려 여기 저기에 난 상처가 훈장이 되어 조금의 자신감도 생기고, 한편으로는 내가 이것밖에 안되는 사람이었나 싶을 때도 있었습니다. 다행인 것은, 이 모든 것들을 거치면서 돌아보는 올해의 마지막, 그리고 내년에는 그래도 한발자국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아직 놓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사람이 전부다.

정말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을 만나고, 만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중요한 연결도 사람을 통해서, 중요한 결정과 기회도 사람을 통해서 잡을 수 있었습니다. 팀을 구성하거나 신규 고객을 획득할 기회도, 새로운 분을 모시거나, 투자를 받거나.. 모든 성장의 기회는 사람을 통해서 이뤄졌습니다. 모든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편이지만 – 그래도 수퍼파워가 생긴다면 – 사람을 볼 수 있는 (a winning horse) 통찰력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래에 이야기할 것처럼 세상에 사람은 많고, 또한 사람들은 각 개인별로 너무나 다르니까요.

또한, 사람의 능력보다는 ‘그릇’을 통해 더 많은 깨달음을 얻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지난 4년간의 여정에서 정말 감사하게도 직간접적으로 다양한 많은 분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배우고 깨우칠 수 있었습니다만, 여전히 갈증이 납니다. 특히, hard skills vs. soft skills에 대해서는 완전 다른 관점을 가지게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사람의 능력(hard skills)이 사람의 그릇(soft skills)이라는 것에 물을 담는 국자라면, 능력을 통해 그릇에 물을 빠르게 담을 수는 있겠지만, 결국 그 그릇을 넘치도록 담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 즉, 빠른 성장을 할 수는 있겠지만, 한계에 부딪히는 대부분의 경우가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 친한 친구 중의 하나는 그릇조차도 성장시킬 수 있는 종류의 것이라고 이야기하긴 하였지만, soft skills의 대부분은 그것을 연마하는 과정 가운데 skill이 성장하는 것처럼 보이지, 실제 성장하진 않습니다. soft skills의 대부분이 non-teachable이라고 여겨질만큼 오랜 기간의 노력을 통해서 얻어지지만, 눈에 보이지 않고 쉽게 측정하기 어려운 분야이기에 성장한다고 보여질 때에도 실제 성장한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운 경우가 많았습니다. 물론, 각자가 가진 스킬셋이 모두 소중하고 의미있기에 유방은 유방의 역할이 있었고, 한신은 한신의 역할이 있었던 것이겠지만요.

 

사람은 각기 매우 다르다.

하늘 아래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가 없는 것처럼, 하늘 아래 똑같은 사람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꼭 스타트업에 있었기에 알 수 있었다기보다는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구성원들이 보통 강한 에고를 지닌 분들이 많기에 더 두드러지는 것 같습니다. 많은 회사들이 heterogenous한 것을 강조하고, 그런 문화 속에서 더 많은 성장을 이뤄내는 경우가 많은 것은, 차라리 처음부터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거기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오히려 ‘각자가 가장 일을 잘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드는 구조’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재미있었던 것은 이렇게 다양한 다른 모습이 드러나는 지점은 일이 어려워지는 순간이 아닌, 일이 잘되는 순간들 이었습니다. (어쩌면 다행히도 아직 그렇게까지 힘든 적이 없었기에 그렇게 느끼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만..) 각자가 지닌 다양한 모습 안에서 서로의 욕망과 비전이 교차하면서 가장 극명하게 각자가 가진 문제 정의와 그에 대한 해결책이 다르게 나오며, 그로 인해 이해관계가 변하는, 즉 다시 말해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가장 커지는 시점에 드러나는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또한 아이러니하게도, 일은 사람을 통해 하지만 ‘사람은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 합리화를 하는 존재’라는 점이었습니다. (이 부분은 최근 보고 있는 SKY 캐슬의 한 대사이기도 합니다) 사람이 논리적이고 이성적일지라도, 사람이 내리는 판단은 객관적이고 이성적이지 않습니다. 설령, 숫자를 바탕으로 한 결정일지라도 그 안에는 수많은 우선 순위 아래, 수많은 제약조건 아래, 다양한 기회비용을 고려하며 이뤄지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다차원적인 것입니다. 인간이 합리적인 존재가 아닌 것을 깨닫는 순간, 스타트업은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는 말의 의미 또한 조금은 더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보통 사람들은 타인의 말을 듣지 않습니다. 설득이 되는 사람은 거의 없고, 설명을 들을 뿐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다시 한번 “서있는데가 달라지면 풍경도 달라지는거야” 라는 말은 진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 들었던 Jeff Weiner 의 이 강의는 미국 버전의 “서있는데가 달라지면 풍경도 달라지는거야”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년간 가장 느낀 것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렇게나 사람이 다를 수 있음을 받아들이고 각기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는 것이 (혹은, 이해하려고 하는 것이) 이 일의 중심에 있구나’ 라는 한 줄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성장이란 무엇인가

성장을 했다면 이전보다 더 나은 결정을 내려야하고, 이전보다 더 빠른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그런데 과연 그런 비교를 제대로 할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타트업의 일상은 같은 문제를 2번 푸는 것도 아니고, 문제의 정답은 나와있지 않습니다. (심지어 이전의 해결책이 최상인지 아닌지도 알기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성장을 정의한다면, 그것은 문제를 더 정답에 가깝게, 혹은 빠르게 푸는 것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적어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성장이라는 이름을 붙여줄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만, 그것은 성장이라기보다는 숙련이라는 다른 이름을 붙여야 할 것 같습니다)

오히려, 성장이라는 것을 문제를 푸는 것, 문제를 푸는 과정이 아닌 문제를 정의하는 것, 문제를 정의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같은 문제에 대해서 다른 해결책을 찾아보려고 하는 것이 아닌, 이전의 문제를 다르게 정의해보는 과정, 작년의 나와 올해의 나는 다른 문제에 대해서 고민하는 과정이 나의 성장을 구성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2018년 한 해에는 아쉬움이 참 많았습니다.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을 충분히 가지지 못했기에, 어떤 일을 ‘처리’하는 것에만 시간을 쓰곤 했었고, 나를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가졌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아쉽게도 이러한 성장을 위한 좋은 질문을 주고받거나 던질 수 있는 충분한 환경이 허락되진 않았고, 그런 아쉬움 가운데 새로운 고민을 하게 되는 2019년을 맞이하게 된 것 같습니다.

 

Outro: 나는 왜 스타트업에 있는가?

언젠가, “왜 이렇게 힘든 일을 계속 하느냐” 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어떻게 대답해야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지난 4년간 어느 한 순간에도 사람이 힘들었지, 일이 힘들지는 않았으니까요. 그리고, 새삼스럽지만 많은 것들에 대해서 다시금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삶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신, 스타트업으로 이끌어주신, 그 과정에서 만난 모든 분들에게 마음으로라도 감사인사를 드리며 2018년을 마무리할까 합니다.

나의 소확행 리스트

생각해보니 내가 주기적으로 찾아서 보는 블로그 리스트를 적어놓고 자주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1.가끔 업계 소식을 흩어보고자 할 때

  • Recode
  • The Information
  • 아웃스탠딩

2.무엇인가 막히는 부분에 대한 조언을 듣고 싶을 때

최근은 아니지만, 이러한 흐름을 놓지 않기 위해서 Facebook 페이지를 만들었는데 다시 살려보기로 마음먹었다. 꼭 이 마음 변치 않기를 바라면서 (아마 책 사놓고 안 읽은 리스트를 적어도 또 한 무더기로 나올 것 같은데, 너무 많으니 우선은..)

성악설

나는 성악설을 믿는 사람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다 악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리고 어떤 특정 환경에 의해서만 악한 성향이 발현된다고 보지도 않는다. 나쁜 사람도 있지만 착한 사람도 있고, 다만 나쁜 사람은 환경에 상관없이 나쁜 짓을 한다.

또한 사람은 쉽게 안 변한다. 지하철에서 임산부에게 자리 안 비킨다고 삿대질하는 어르신들이 청년시절에는 멀쩡하고 남들을 배려하는 사람들이었을까? .. 결국 배려라는 것은 한 방향이 아니기에, ‘내’가 더 중요한 사람들은 20대에도, 혹은 60대가 되어도 똑같이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이 된다. 가끔 지하철에서 나이를 권리로 생각하는 자꾸 이상한 분들이 눈에 띄는데, 그냥 그 사람들은 20대 청년 시절에도 막무가내였던 사람이었을 것이고, 그냥 세월이 지나 나이를 먹은 것이지, 세월이 사람의 현명함이나 성숙함을 만들어주진 않는다.

그렇기에, 나쁜 사람을 만났을 경우 가장 최선의 전략은 그냥 피하는 것이다. 지하철에서 굳이 서로 삿대질하며 싸울 필요는 없고, 자리를 내어주면 된다. 고작 내가 잃을 수 있는 것은 잠시 서서 퇴근하는 수고로움 뿐. 물론, 걸린 것이 단순히 ‘앉아서 가는 퇴근 길의 평화로움’ 이상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또 삶의 다른 부분들이, 인생에서 만나는 수많은 나쁜 사람들과의 대립이 피치못하게 되는 경우가 있고, 그러한 피치못한 싸움에서 삶의 노곤함이 더해진다.

그런데 과연 ‘나쁘다’, ‘악하다’ 라는 것의 기준이 무엇일까? 세상에 ‘내’가 제일 중요한 것, ‘내’가 제일 옳거나, ‘내’가 제일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그 모든 것들이 악함에 근원이 아닐까 싶다. 세상에 절대 옳은 가치란 생각보다 별로 없고, 절대적으로 누군가 항상 옳을 수도 없다. 하지만 ‘나’는 이런 사람이기에 대접받아야 하고, ‘나’는 제일 많이 알고 있기에 내 의견이 항상 옳다고 주장하게 되면, 세상은 ‘너’와 ‘내’가 살아가는 공간이 아닌, ‘나’만을 위한 공간이 된다. 그것이 성악설의 세상이다. 극단으로 가면 내 감정의 해소를 위해 타인에게 위해를 가할 수도 있다는 것이 될 것이고, ‘내’가 맞기 때문에 나보다 나이 어린 사람들은 모두 상황에 상관없이 자리를 양보하는 것만이 올바른 것이 되는 것이다. ‘나’를 중심으로 세상이 0과 1의 짜여진 흑백의 세상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세상은 ‘내’ 주장을 하고 ‘내’ 가치를 드러내는 곳 이상의, 이하의 공간도 아니다.

때로 특정 환경이, 또는 특정 조직이 사람에게 나쁜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거나 그런 상황을 방조할 수 있다. 어떤 개개인의 악함이 조직의, 사회의 악함으로 전이되어 가는 과정이다. 인간의 역사에서 그런 일들은 사실 크고 작은 조직에서 진행되어 왔고, 작게는 초등학교에서 이지메가 행해지는 교실이나 크게는 나치 아래서의 독일처럼 열거할 수도 없는 수많은 사례들이 있다. 다만, 그 공통점은 조직적인 이러한 ‘전이’ 앞에는 다수의, 그룹의 나쁜 사람들, ‘내’가 중요한 사람들 – ‘내’가 너무 중요해서 내가 아닌 다른 사람, 우리에 속하지 않는 다른 사람을 해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 사람들 – 이 모이는 것이 필수선결 과제이다. 그렇기에, 아이러니하게 들릴 것 같지만, 이러한 경우 대부분 ‘조직’을 위해,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것으로 포장되지만 그 안에는 지독한 ‘내’가 중심이고, ‘내’가 순혈이라는 사상이 들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