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행복인가

생각보다 내 행복은 소소한 것들에 있다.

푹 자고 일어난 개운한 하루의 첫 시선 앵글 안에 좋아하는 사람이 보이고, 아침에 내려준 산미가 강하지 않은 고소한 드립 커피를 마시면서 수다를 떠는 것도 좋고, 맑은 하늘이 잘 보이는 카페에서 노트북을 켜놓고 일하면서 모르는 부분들을 정리해 나갈 때, 무엇인가를 성취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도 그 시간들이 소중하고 즐겁다. 다음 주도 잘 지내보자, 지연아.

채용에 관한 이야기 (제대로 성장하는 스타트업의 비밀)

한기용님의 최근 이북 (제대로 성장하는 스타트업의 비밀) 을 읽으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나 채용에 관한 이야기였다. 어느 시간 동안은 대표로써 누구엔가 절대 위임할 수 없는 몇가지를 꼽는다면 아마도 3R, 그 중에서도 HR과 IR 아닐까 싶다.

책의 중간 ‘채용기준선(hiring bar)과 복기’라는 챕터를 읽다보니 내 마음 한 켠도 여러가지 생각에 어지러워졌다. 그간 사실 채용을 잘 해왔다고는 보기 어려울 거 같다. 채용하고 싶었던 사람을 모시지 못한 경우도 있고, fit – fit 이라는 용어를 아직 ‘조직이 바라는 인재상’ 보다는 ‘내가 바라는 인재상’에 가까울 것으로 생각한다 – 이 맞지 않아 후회하는 일들도 있었다. 모든 채용은 성공할 순 없지만 생각보다 회사의 유일한 채용 책임자이자 recruiter인 나의 learning curve가 잘 나왔는지는 모르겠다.

몇 가지 생각나는 부분

  • 채용 기준선(hiring bar)을 낮추는 것이 제일 위험하다 = 다시 말해, ‘우리한테 이 정도 사람이 최선이야’라는 태도는 자신의 매력없음을 인정 못하는 핑게일 뿐이다.
  • 좋은 태도란, 일정 수준 이상의 학습능력과 의지 = 사실 태도는 삶의 지난 경험에서 어떤 선택과 경험을 해왔는지에서 파악할 수 있다. 그래서 주니어에게는 확률적으로 학벌을 보게 되거나, 혹은 다양한 시도와 경험을 하려고 노력했던 부분을 중점적으로 보게되는 것 같다.

그간 내가 했던 실수들 + 해결책

  • 레퍼런스 체크를 하지 않은 것 – 좋은 회사를 들어갔다고 하여, 전부는 아니었다. 좋은 회사도 채용을 실패할 수 있고 해고가 어려운 한국 시장 상황 상 이 부분을 가려낼 수 없다.
    • 해결책: 차라리 3-4년 이상의 임금 상승률을 물어보자
  • 시니어의 경우, 인터뷰를 rigorouse하게 하지 않고 스킬셋만 좋은 리더십을 채용한 것 – 리더십이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며, 오히려 리더십이 없는 시니어는 채용에서의 ROI가 낮은 선택지이다.
    • 해결책: 리더십 롤을 원하는 경우에는 다른 인터뷰 질문을 하자
    • 해결책: 시니어 중에서 리더십 롤을 원하는 경우에는, 채용 후 재협상이 가능한 조건으로 협의한다
  • 태도와 관점, 그리고 가치관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은 것 – 사람은 바뀌지 않고, 초기 스타트업에 맞지 않는 사람이 있는 것
    • 해결책: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적어보고, 그를 바탕으로 인터뷰 질문지를 보강한다.

무엇보다도 가장 기억에 남는 문구는, ‘일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고, 스스로 동기부여가 가능한 사람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힘내보자, 지연아.

시니어란 (1)

그간 정말 시니어에 대한, 누군가를 리드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고, 내가 너무나 나이브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조직 내 c-level을 채용하기 전에 이런 시행착오를 겪고 깨닫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하려고 하지만, 그래도 쓰라린 마음에 하나씩 정리해보려 한다. 아마도 이런 사람을 발견하기 전까지 우리 조직에는 c-level이라는 존재가 없을 것이고, 없느니만 못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조직사이즈를 슬림하게 가져가는데 최대한 노력을 기울일 것 같다.

자기보다 더 뛰어난 사람을 데려올 수 있어야 한다

이 부분을 분석해보면, 정말 많은 부분들을 충족해야만 가능하다.

  • 뛰어난 사람을 알아봐야 하고
  • 뛰어난 사람에게 (자신을) 어필해야 하고
  • 뛰어난 사람을 (합류를) 설득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 부분이 가능한 사람인지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

[다음의 질문]

  • 평소에 누구와 어울리는가?
  • 그들와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가?
  • 홀로 있을 때 어떻게 시간을 사용하는가?
  • 당신의 멘토는 누구이고, 왜 그 사람을 존경하거나 의지하는가? 또 어떻게 의지하는가?

많은 부분 사람의 선택과 집중, 몰입을 알아볼 수 있고 그로 인한 열정의 단계를 알아볼 수도 있다. 몰입과 열정이 중요한 것은 사람의 시간과 체력은 한정되어 있고, 사람 사이에서 지적인 능력은 차이가 날 수는 있지만.. 아쉽게도 열정과 몰입을 상쇄할만큼의 지적능력의 차이는 일반인 수준에서는 두드러지지 않는다. (천재와 평범한 사람의 차이는 크고 평범한 사람간의 차이는 정말 종이 한장의 차이. 물론 타고난 지적능력이 좋다면 조금 더 수월하게 한단계 올라가겠지만..)

그리고, 커리어를 조언해줄 수 있는 멘토가 있다는 점도 지적인 겸손과 외부의 자원을 자신의 성장에 어떻게 활용하는지 가늠해볼 수 있는 요소 중의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조심스럽게도 그간, 외부의 멘토가 없다고 이야기하는 많은 사람들 중에 1) 연차에 비해 인상적이지 못한 성장곡선 2) 낮은 지적 겸손 3) 낮은 자존감을 일부, 또는 동시에 갖춘 경우를 봤는데 이 질문이 1)-3)을 눈치챌 수 있는데 상당히 정확했던 것 같다.

그렇다면, 맞는(fit) 사람인지 알아보기 위한 방법은?

설령 훌륭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회사와 맞는지 살펴보는 과정이 정말 중요하다. 세계관이 다른 사람과는 같은 세계를 공유할 수 없기 마련이다.

[다음의 질문]

  • 왜 일하나요? 내 삶에 대해서 성찰해 보았는가?
  •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요? 왜 그런 사람이 되기로 마음 먹었나요?

회사의 목표는 신념이 같은 사람, 같은 why를 공유하는 사람을 채용하는 것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start with why p.199) 그것이 어쩌면 컬처핏을 맞추는 과정이다. 이런 고민을 하며 읽은 책, start with why의 가장 인상적인 구절 – 성공적인 남극 원정대를 구한 JD – 으로 첫번째 정리를 마무리하면 될 것 같다.

“위험한 여정에 함께할 대원 모집. 적은 보수, 혹한의 추위, 몇 달간 이어지는 어둠을 견뎌야 함. 전 일정 위험하여, 무사 귀환 보장 불가. 그러나 탐험에 성공하면 영광과 명예를 누릴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