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팀 구성원의 50%는 우리 회사가 첫 회사이다. 어쩌면 회사라는 것이 어떤 곳인지 피상적으로 듣다가 처음으로 회사생활이라는 것을 해보는데서 오는 두려움, 긴장, 그리고 스트레스가 함께하는 것이 눈에 보이고 이 부분을 1:1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다만 아래의 내용은 첫 회사를 들어간 분들 뿐만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주니어로 생각될 수 있는 모든 분들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인 것 같다) 몇 가지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쉽게 포기하지 않기
실제로 일을 하다보면 계획대로 풀리지 않는 경우가 99%이다. 특히, 모든 것들 책으로 배우거나 (book smart), 이론만을 접하다 실제로 일을 하기 위해 진행하다보면 잘 안 풀리는 경우가 많다. 기획을 해보기 위해 책을 봐도 제대로 이해가 될 리 없고, ‘아 나는 재능이 없나?’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보았다. 그럴 때마다 하는 피드백이 있다 ‘매니저인 제가 포기하지 않았는데, 왜 본인은 스스로를 포기하죠?’
대부분 ‘아, 나는 재능이 없나봐’라고 생각하는 지점은, 보통 어떤 break through를 만들어야 하나 그 지점까지 자신을 몰아붙이고 훈련할 용기와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는 의지력이 없어서 못해요’라고 이야기라는 경우를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대부분 ‘저는 재능이 없는 것 같아요’ 라고 말한다. (의지력도 재능이라고 말하면 할 말은 없다만..) 물론 정말 재능이 없는 경우도 있지만, 그럴 경우 보통 매니저가 먼저 포기한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팀원에게 자기 귀중한 리소스를 쏟아가며 성장을 도와줄 매니저는 없다.
아, 다시말해 어떤 특정한 일을 매니저가 다시 시키지 않는다면 그건 포기했다고 보면 된다. 알려줘서 일을 맡길 때마다 일이 배가 되어 돌아온다면 그 사람에게는 더이상 일이 가지 않는다. 계속 나에게 일이 들어온다면 그건 어떻게든 돌파해내라는 신호이고, 믿음이다. 만약 그러한 매니저의 믿음을 좌절시키고 싶지 않아 도전하지 않는다면 더이상의 성장은 없다.
어떤 부분에 좌절해야하는지 분명하기 알기
1:1을 하다보면 ‘못하는 부분이 너무 많아서 힘들다’ 혹은 ‘일을 처리하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요’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아직 여러가지 하드스킬이 숙련 단계로 올라오지 않은 주니어 시절에는 그냥 맡겨진 일을 해내는 시간 자체가 오래 걸릴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주변을 보면서 ‘왜 나는 이렇게 오래 걸리지?’ 혹은 ‘왜 나는 잘 안되지?’라고 생각하고 좌절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이럴 경우, 꼭 해주는 이야기는 ‘좌절할 일(?)에 좌절하는 것이 좋다’라는 이야기를 하고는 한다. 상당히 이상하게 들리지만 주니어의 경우 좌절하지 않아도 되는 일에 굳이 자신을 몰아붙일 필요는 없다는 뜻으로 모든 일의 처음은 항상 어렵고 일이 익숙해지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된다. 다시 말해,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올라가는 스킬에 대해서 스스로를 과도하게 몰아붙일 필요는 없다. 누구나 처음은 어렵다.
물론 새로운 것들을 빠르게 배우는 학습 능력이 좋다면 더할나위 없이 빠르게 성장곡선이 보이지만, 보통 그런 성장곡선은 어떤 지점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럴 경우, ‘지난 주의 나’와 ‘이번 주의 나’를 비교해보라는 사고실험을 한다. (시간이 지나서 자연스럽게 올라가는 스킬은 성장이라 보기 어렵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도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시간이 지나도 쉽게 바뀌지 않는 것들 (어쩌면 히든포텐셜의 character) 을 집중적으로 공략해야 한다. 예를 들어, 시간이 지나도 리더십은 자연스럽게 함양되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이 지났다고, 연차가 있다고 그 이유만으로 리더를 맡기는 회사는 리더십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는 편이고, 안타깝게도 대개 그런 경우 리더십은 실패하기 쉽다.)
물론,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숙련되어 가는 부분들이 더 나아져야만 하긴 한다. 그리고 좋은 주니어라면 그 속도가 빠르고 가속도가 붙어야 한다 (fast learner) 그게 어쩌면 기본이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남에도 불구하고 숙련도가 빠르게 올라오지 않는다면, 다음의 순서대로 물어보면 방법을 찾기도 한다. 첫번째로 ‘피드백 루프(loop)가 충분히 짧은가?’,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가 있는가?’, ‘배운 것을 충분히 응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 이 3가지의 질문에 답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숙련도가 올라오지 않는다면 쉽게 말해 투입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경우가 많다. 다시말해 본인이 엄청난 천재가 아니라면, 20시간 노력하는 사람을 10시간 노력하는 사람이 이기기 힘들다.
좀 가혹한 이야기일지 모르겠는데, 조금 노력해보다가 접으려는 주니어에게 주는 가장 냉정한 피드백은 ‘본인은 왜 스스로를 과대평가하나요?’이다. 남들은 20시간 걸려서 익숙해지는 것인데 무슨 근거로 10시간 만에 익숙해지려 하는가. 차라리 본인 스스로가 부족하다고 느끼고 더 많이 노력할 때 (피드백 루프는 짧으면서) 성장 곡선이 빨라진다.
신뢰기반의 피드백
사실 피드백을 받는 것이 쉬운 사람은 없다. 성장에 대한 욕구가 있어서 피드백을 원하면서도 피드백 시 멘탈적으로 무너지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1:1을 하며 스스로 회고하며 울먹이거나 눈에 띄게 말이 없어지는 경우가 그러했다. 그런데 오히려 성장하고 싶은 욕심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힘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적어도, 피드백을 받을 때 이런 마음만 조절할 수 있다면 오히려 성장에 대한 욕심이 있기에 충분히 좋은 기회라고 볼 수 있다.
피드백을 받는 마음가짐은 내가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왜 피드백을 받는 것이 어려울까? 피드백 자체가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 무엇이 부족하고, 개선해야 한다라는 것이니 – 무엇보다도 피드백은 ‘주는 사람’이 정말 중요하고, 그 다음에 ‘주는 사람과 나의 관계’가 또 중요하다. 예를 들어, 주는 사람의 전문성이 없다면 큰 의미없는 (오히려 노이즈가 될 수도 있는) 피드백이 나올 것이고, 주는 사람과의 관계가 좋지 않다면 나쁜 의도를 갖고 피드백이 전달 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주는 사람에 대한 검증 및 신뢰관계가 정말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아쉽게도 ‘가스라이팅’이라는 용어에서 최근 유명해지며 피드백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졌다. 이 사람이 나에게 어떤 의도를 갖고 자신의 의도를 관철하기 위해 나를 가스라이팅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람의 의도는 판단하기 매우 어렵다. 그렇기에 ‘의도’를 의심하며 피드백을 부정하기 보다는, 전달하는 피드백 ‘내용’이 나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지만 생각해보면 도움되는 피드백을 얻을 수 있고 피드백을 받아들이는 좋은 마음 가짐을 만들 수 있다.
Outro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게 된 이유를 몇 가지 곱씹어 본다면 최근에 채용 시 하나의 환상을 갖고 있던 부분에서 벗어나며 – 갑자기 급성장한 회사의 구성원이 대부분 그 성장경험에 대해 높이 평가받고는 하는데,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오히려 그냥 그 구성원 중의 한명이라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구성원이 해당 회사의 성장에 어떤 기여를 했는가가 중요하지 않을까? – 생각을 정리해보며 글을 작성하게 되었다.
오히려 회사의 성장이 개인의 성장을 앞지를 때, 그 성장의 귀인 (attribute) 를 개인으로 귀결시키며 잘못된 메타인지가 생기는 경우, 심하게는 메타인지가 망가지며 에고가 생기는 경우를 보았기에, 앞으로 그간 어떤 매니저를 만나 어떤 피드백을 들었는지를 채용에서 물어봐야겠다 생각하며 이 글의 마무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