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int of no return

계속 고민의 시간이 지속되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느린 속도로, 어떤 면에서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고민의 끝이 보이는 것 같다. 마음을 먹었다가도 다시 생각하게 되고, 빠르면서도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중요한 결정이니, 고민에 고민을 거듭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도 분명히 알고 있고, 이 결정은 번복불가능하다는 것도 안다. Jeff 아저씨의 기준에서 보면 아주 심사숙고 해야하는 Type 1의 결정인 셈이다. Point of no return.

하지만, 어떤 것들은 타이밍이 절대적이다. 적절한 시점을 놓친다면, 그 다음부터는 몇 배의 수고로움이 든다. 혹은, 어떤 경우는 가능성을 크게 낮춘다. 문제는 과연 매번 가장 적절한 타이밍을 안다는 것은 도박에 가깝다. 시간을 고려한 사고를 한다고 하더라도, 미래의 이벤트가 발생할 것을 맞춘다고 해도 (굳이 따지자면 시계열적인 사고일까), 그 이벤트가 발생하는 시점이 t+1 인지, t+2인지에 따라서 정말 모든 퍼즐이 엉망이 될 수도 있다. 어느 순간은 예측을 하고, 그에 패를 걸어야 한다.

한살 한살 나이를 더 먹어가면서 선택을 하기가 어려워진다. 아니, 선택을 능동적으로 한다기보다는, 당하는 쪽에 가까워진다. 좀 오만하게 생각하자면.. 적극적으로 선택을 하지 않는다면 선택을 당할 확률이 높아진다. 그리고, 점점 선택에 대한 기회비용이 높아져 더 선택을 하기 어려워진다. 버리지 않으면 얻을 수 없다 하는데, 버리는 덩치가 커지다보니 점점 사람이 보수화되는 것이 아니겠나 싶다. 결국 다시 어떤 삶을 살고싶은지에 관한 가치관의 문제로 회귀하게 된다.

후회최소화 법칙 (Regret Minimization Framework)

Jeff 아저씨의 통찰은 역시 시대를 관통하는 맛이 있다. 그리고 이 후회최소화 법칙을 곰곰히 생각해보다보면 한가지 추가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나에게 가장 소중하고 제한적인 것은 “시간” 이라는 자원이다. 무섭게도 시간은 “써버리는” 종류의 것이라 되돌릴 수도 없다. 나는 어떤 선택을 가장 덜 후회하게 될까?

또한 이 법칙은 하나를 더 전제로 한다. “완벽한 선택은 없다.” 우리가 선택을 하는데 있어서, 어떤 것도 후회하지 않을 선택은 있기 어렵다. 오히려, 후회라는 것은 어떤 선택이후에 어떤 “행동”을 했느냐에 따라서 더 따라오는 결과물 같다.

+ +

Year in review: reminiscing about happy memories in 2020

그간 참 다이내믹한 삶을 살아왔다 생각했는데, 올해처럼 한가지로 정의 안되는 한 해는 처음이었던 것 같다. 삶의 복잡성과 예측불가능한 정도가 1년 이내에 이렇게 교차하며 영향을 미쳤던 한 해가 또 있을 수 있으려나 싶다.

다행히도 세상 온갖 만사에 관심과 호기심이 넘쳐나는 나로써 온전히 돌어온 거 같다고 종종 느낄 수 있는 2020년이었던 것 같다. 누군가는 힘들지 않았냐 물어보고, 제 3자의 (전지적 작가 시점이 아닌) 시점으로 봤을 때 이런 경험들을 이렇게 압축적으로 하는 것이 가능한가 하는 의심마저 들게 하는 – 환매연기, 매각, 경영진의 교체 등 – 이벤트들이 짧은 기간 동안 일어난 한 해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0년 후반부터는 다행히도 마무리 지으려 하는 일이 가시성이 보이기도 하고 – okay, I’ve done enough – 롤러코스터 같은 희노애락의 감정과 싸우기도 했지만 어느 정도 감정에 대해 주도권을 잡아가며 한 해의 마무리가 되었다. (적어도 2018년 10월처럼 일주일 내내 버스노선을 타고 돌아다녀도 아무런 생각과 감흥조차 없었던 시기에 비하기에 그럴지도 모르겠다. 지나고나서 생각해보면, 나는 2018년도 내내 가스라이팅을 당했던 것 같다.)

그래도 2020년 마무리하며 깨달았던 몇가지는 기록하고 넘어가고 싶어 짧게 소회를 정리한다.

사람이 사업을, 일을 하는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왜 사느냐”라는 질문에 다양한 답이 있고, 그 안에 정답이 없는 것처럼 사업하는데에는 정말 생각치 못한 대답이 나오기도 한다. 그리고 그 대답의 일부는 여태까지 살아왔던 삶의 궤적과 같이 한다.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가, 그 사람에게는 무엇이 중요한가, 어떤 커리어를 지속해왔는가. 특히, 특정 커리어를 10년 넘게 지속해온 사람에게 그 궤적을 벗어나라고 이야기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초기 스타트업에 대기업에서 15년 이상 재직했던 사람이 최악의 선택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여전히 유효한 yardstick이며, 자격지심이 있는 사람에게 가오가 떨어지는 일을 강요할 수는 없다.

일을 성공하기 위해서, 배움을 위해서 때로 “미움받을 용기”가 필요하다.

올바른 일을 하기 위해, 정의를 위해서만 싸워야 하는 것이 아니었다. 때로, 설득이 어려운 영역이 있거나 혹은 설득하기 힘든 상대가 있다고 하더라도 내 의견을 관철하기 위해 싸워야 하고 주장해야 한다. 설령 내가 나중에 틀렸던 것으로 판명될지라도, 그 당시 내 원칙이 맞다면, 감정적으로 불편하더라도 싸우고 내 입장을 걸어야 더 배울 수 있다. 굳이 비슷한 이야기를 하자면, 원칙없는 승리보다는 원칙있는 패배가 미래 시점의 나를 한 발자국이라도 더 나은 사람으로 이끌어준다. 매번 싸움 뒤에서 숨게된다면 진정 필요한 것을 배우지 못할 수도 있다.

2020년 3월 20일 한 친구와 이런 대화를 나누었다. “친구야, 우리는 아직 경험이 필요한 시기이고 그걸 두려워해서는 안될 것 같아. 때로, 싸울 때는 싸워야 정말 필요한 경험을 얻을 수 있으니까”

2020년 언젠가는 한 친구와 대화도 나누었다. “지연아, 너는 모든 사람들에게서 사랑받고 싶어하는 것 같아. 하지만 진짜 리더가 되겠다면, 리더가 모든 사람에게서 사랑받겠다는 것은 오만인 것 같아. 그건 어려운 일이 아니라, 불가능한 일이야”

Outro

힘겨웠던 2018년을 지나 2019, 2020년은 어느 정도 내 마음의 다친 부분을 치유하는 2년 이었던 것 같다. 사실 나에게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욕망이 사라지지 않았나 생각했다. 2019년 12월 내 페이스북의 마지막 포스팅은 2020년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것이었으니까, 정말 나답지 않은 포스팅이었다. 아직 예전만큼은 아니겠지만, 2020년을 돌아보며 살펴보니.. 나와 가장 많은 갈등을 겪었던 사람들은 ‘현재의 내’가 각자의 인생의 최고점이라고 여기며 사는 사람들이었다. t+1의 나를 그리며, t의 나를 부끄러워하는 나로 돌아가기에 아직 에너지가 좀 더 필요하겠지만, 적어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진 않았다. 아니, 그런 사람 곁에서 비슷한 사람이 되는 것도 싫었다. The best days are yet to come.

최근 근황

워드프레스의 바뀐 editor ux 가 익숙하지 않다. 다 쓰고 한번 날려먹어서 더 그러함. 역시 가장 좋은 ux는 써 본 ux.


어떻게 회고할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2020년 회고를 하는 중이다. 너무 많은 일들이, 거대한 일들이 일어나서 – 그 와중에 사실 많은 부분을 놓아버렸다 – 이걸 어떻게 wrap up할 수 있을지 엄두가 안난다. 이 블로그에 발행하지 않은 글이 200개가 넘어간다. 물론, 일기는 일기장에!

2020 OKR

2020년 계획을 위해 굉장히 러프한 회고와 함께, 드디어 2020의 OKR을 정했다.

우선 2019년 회고를 먼저 해보면,

  • 1월 31일, Moloco를 퇴사하였다. There are good times and bad times, but I absolutely enjoyed working for Moloco and learned a lot, a lot more than anyone can imagine, in many levels.
  • 가족 및 친구와 함께하는 조용한 2-3월을 보냈다. I have to let go of some generous offers, and decided to take off some time from works.
  • 3월 26일, Alpenroute 자산운용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투자사 쪽으로 커리어를 비틀게 되면서, 여러 고민들이 있었지만 어르신들의 조언이 컸다. 센드버그 언니는 커리어는 정글짐이라고 했지만, 나는 어쩌면 커리어라는 것은 벽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을 통해 쌓아나가는 커리어들이 각기 다른 벽돌을 구성하겠지만, 그 집을 짓는 것은 내 자신이며 내가 가장 나 다울 때 (Still, it’s fun being me) 제일 멋진 집을 지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있다.
  •  6월 3일, 희선님과 북클럽을 시작하기로 하고 전세계 각지에서 사람을 모았다. 나도 저지르기 좋아하는 사람인데, 희선님의 추진력은 정말 배울 것이 많았다. Woohoo.
  • 12월 27일, 과거 재직했던 스타트업의 주식을 매도하였다. 블로그에 자세하게 정리해놓기도 했지만(아직 end of the road (3)을 publish하지 못했지만), 이 사건을 통해서 또다시 한번 깨달았다. “사람과 차는 고쳐쓰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직장과 커리어에서 새로운 일들이 많았지만, 그리고 정말 많이 배웠고 배우고 있지만 제일 감사한 것은 내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에 있다는 것이다.

또한, 연말과 연초를 맞아 어르신들에게 조언을 부탁드렸고, 그 중에서 2가지 이야기를 들었다.

  • 조금 더 과감하게 질러도 된다. 깨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 아직은 밑바닥부터 구르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계속해서 길러야 할 때다.

어쩌면 지난 번의 경험으로 인해, 많이 움츠러든 한 해 였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좀 더 적극적인 한 해가 되기 위해 (1) 체력적인 부분, (2) 지적으로 스스로를 challenge할 수 있는 부분, (3) 가족 및 친구들과 좀 더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항목에서 OKR을 정했다. 계속 수정해나가려는 생각에 우선 생각나는 것들만 적었지만 1Q가 지나고 회고해보면서 -/+를 하려 한다. (원래는 올해 영어랑 일본어도 다시 하고 싶었다..)

내년 이맘때쯤에 어떤 회고를 하게될지는 모르지만, 올 한해 또 즐겁게 지내보자!

End of the road (2)

처음으로 만난 매수의향을 보인 기관과 이야기를 시작했다. 통상적인 구주 양수도에서 그렇듯, 내가 매도하지 않겠다 하면 거래는 이뤄지기 어려웠다. 매수하고자 하였던 기관은 사정상 급해보였고, 담당자는 비상장주식 매매에 큰 경험자로는 보이지 않았다. 보통주라서 큰 폭으로 할인을 해야한다거나, 팔 수 있는 기회가 없을 거라는 등의 큰 설득력 없는 이야기들이 오고갔다. (사족을 붙이자면 보통주라서 여러 옵션이 붙어있지 않는 우선주보다 할인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지만, 거래에 표준이 어디있던가 싶다. 게다가 해당 회사는 기관 투자자들이 신주 투자 한지 얼마 되지 않아 펀드 duration상으로 우선주가 매도 매물로 나오기에는 좀 시간이 있기에 그 기간 안에 구주 매수를 하기 위해서는 보통주의 할인폭은 적어질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앞으로 팔 수 있는 기회가 없는데 기관이 구주를 매수한다는 것의 논리도 근거가 너무 약해보였다. 앞으로 투자도 못받고 엑싯도 못할거라면서 당사자는 그 주식을 매수하고 싶어요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니까) 그리고 사실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매도자인 내가 큰 할인폭을 감당하면서까지 매도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다시 말해, 구주 거래의 경우 파는 쪽이 갖고 있는 주식이 휴지가 되는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다면 어디까지나 키를 쥐고 있는 셈이었다.

30여분 정도 논의를 하면서 매수하는 쪽으로 상황이 유리하게 전개되지는 않는 듯 보였다. 이야기했듯이, 이 거래의 키는 매도자인 내가 전량매도해야하는 의사가 크지 않았기에 당연한 전개였다.

그러자 매수하는 기관에서 여름부터 지리하게 이야기된 계약이니 빨리 끝내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매수기관 담당자는 상황을 전혀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회사 측의 커뮤니케이션 잘못으로 인해 나에게 전달된 것은 고작 1-2주 정도 전이었다. 갑자기 황당하게 계약이 깨져버렸던 것 이상으로 실상 나도 황당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내 입장에서는 사실 이 자리에 나온 것 자체가 첫 미팅이었던 셈이다.

매수 담당자는 마음이 급했는지 3%까지는 꼭 매수를 해야한다는 중요한 정보까지도 이야기하면서, 중간에 자신이 할인율 몇 %로까지 시뮬레이션 했던 이야기들도 흘렸다.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논의는 나에게 유리한 쪽으로 흘러가는 것 같았다. 아니, 유리할 수 밖에 없던 논의였다. 매수 의향과는 상관없이 매수자와 매도자의 타임라인이 다르게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큰 소득이 없던 논의가 흘러가자 조용히 있던 회사 측 담당자가 좀 격앙된 목소리로 대화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사실 그 이야기를 하기 위해 굳이 시간을 내서 만나자고 했겠지 싶었는데, 그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In a nutshell

회사쪽 담당자는 이 구주 매각에 내가 비협조적이면 안된다 이야기하면서 황당한 이야기를 시작하기 시작했다. 회사가 원하는대로 매각을 해야하는 이유는, 퇴사할 때 좋게 나가지 않았으며, 퇴사한 후에 경쟁사로 이직을 하였으며, 결정적으로 주식양수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으니 계약을 무효로 소송할 수 있으며, 회사가 동의하지 않으면 내가 보유하고 있는 구주를 기타 기관에 매도할 수 없다고 하였다.

나도 잠시 당황하였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반박을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문제는 제기한 문제가 전부 사실이 아니거나, 내가 모르고 있거나, 혹은 나만 다르게 알고 있던 셈이었다.

무엇보다도 큰 것은 배신감이었다. 2019년 초 이직을 하면서 회사에 인사를 하러 가기도 했고, 또 명절이나 연말에는 따로 인사를 하기도 했던 사람들이 갑자기 내 등에 칼을 꽂으려 하고, 근거없는 이야기로 말을 지어내서라도 나를 음해하려 하는 상황이 당황스러웠다.

부끄럽지만 눈물이 왈칵 나왔다. 그래도 같이 일했던 사람들인데, 나한테 한번 말도 없이, 내 뒤에서 그런 이야기를 했다는 것이 섭섭하다는 말로는 더 표현할 수 없었다. (누군가의 책임을 따지고 싶진 않지만, 사실 회사의 대응이 지극히 상식적이지 않았다. 대뜸 연락해서 주식을 전량 팔라고 하고, 안팔면 어떤 식으로든 소송걸겠다는 이야기였으니까)

우선 제일 먼저 든 생각은 ‘회사와의 관계는 끝이 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스탠스를 정리하는 것은 그 다음이었다. 감정이 올라와서 정상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려웠고, 그날의 미팅은 그렇게 끝이 났다. 아마 카페에서 눈물콧물 바람인 나를 보고 제대로 이야기하기는 어려웠으리라. 나도, 지난 몇 년간 느꼈던 감정에서 제일 큰 상실감을 맛본 하루였다.

End of the road (1)

Intro

마음이 아프다. 2016년 2월 4일부터 시작했던 길은 이제 막다른 곳에 도달하여 맺음을 앞두고 있다. 그 때에는 이럴 것이라고 상상하지도 못했고, 아니 어떤 길로 갈 것이라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래도 다시 이 길을 선택하겠냐고 묻는다면, 4일전까지의 나는 주저없이 대답했겠지만 지금은 잘 모르겠다. 굳이 따지자면 이 길에서 얻은 인생의 교훈은 크지만, 그리고 나를 성장시켰지만, 굳이 또다시 겪고 싶지는 않다. 선의와 진정성을 믿었던 삶의 지향점이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이제는 섣불리 좋은 의도만으로 내 선의가 전달될 것이라고 믿지도 않을 것이다.

정말 치욕스러울만큼 모진 말을 들었지만, 감정이 잦아들고나니 오히려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내가 지난 3년 동안 성장할동안 정말 너희들은 하나도 성장하지 않았구나. 혹은, 아니 이 정도의 애들을 데리고 내가 뭘 하려고 했던 것이지?

Last 4 Days

2주 전쯤, 2016-2017년 같이 일했던 회사의 주식을 매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매도의향을 회사에 이야기했고, 회사서 매수 의향이 있는 매수자를 어레인지 하였다. 매수자를 만났고, 적절한 범위에서 주식 매매 계약서 초안을 작성했다. 회사에게 해당 내용을 통보하기 위해 날인하지 않은 계약서를 송부하였다. 아마도 거기가 제일 패착이었던 것 같다. 좋은 선의..

회사측에서는 법률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고, 나는 기다렸다. 검토하겠다고 하였지만 회신이 오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매수자가 있다고 하며 기다려달라고 했다. 나는 계약을 마무리 짓고 싶었고, 기다리는 현재 매수자에게도 미안했다. 두번째 패착이었을 것 같다.

며칠 후 현재 직장에서 펀드 제안서를 쓰며 며칠 간 4시간씩 자면서 눈뜨면 회사에서 살 때 였다. 내일 당장 LP에게 전달할 제안서 작업을 마쳐야 했던, 험난하고 긴 저녁을 보내며 회사에서 일하던 중 전화가 왔다. 큰 기관 매수자가 나타났다고 하고, 당장 전량 매도를 결정해야한다고 했다. 매수하고자 하는 기관에서 사장 보고를 앞두고 있다고 했고, 지금 당장 결정하지 않으면 안된단다. 무슨 결정을 이런 식으로 하느냐고 이야기하고, 정말 생업이 중요했기에 전화를 끊었다.

며칠 뒤 원래 계약서가 오고가던 매수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이번 계약은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며, 회사에서 연락이 너무 늦게온다고 했다. 생각해보니 회사의 대표와 매수자가 따로 만난다던 날이었다. 아차 싶었다. 회사 대표가 매수자에게 이야기해서 이 거래를 깼구나..

다시금 며칠 뒤, 회사 대표에게서 기관 매수자를 만날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 만나서 이야기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회사 대표는 그 자리에 참석하고 싶다 했고, 대신 다른 공동창업자가 나왔다. 이야기의 흐름이 어떻게 갈지는 뻔해보였다. 하지만 뻔한 것보다 더한 것이 기다리고 있었다.

Brain trust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따로 빼놓지 않다보니 좀 정리가 안되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두뇌 처리 속도나 신선한 시각을 유지하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정리라도 잘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더하기보다는 빼기, 빼면서 우선순위를 확보하기.

그런 의미에서 최근 다시 복기된 가장 중요한 생각은 – 공헌이익에 대한 생각도 좀 있었고, 유통구조에서 채널의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을 정리한 것이 있었지만 – 대표이사 (혹은 어떤 조직의 리더)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Brain trust 라는 점. “누구에게서 말을 듣고, 누구의 말을 신뢰할 것인가.”

Knowing whose advice to take and on what topic is the single most important decision an entrepreneur can make.

혹은, 점차적으로 이 부분을 성장해나가기 위해서는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아우 어렵다.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보다 더 어렵다.

근황

폭풍우 같았던 7월을 보내고나니, 일기장에 한줄도 쓴 내용이 없다. 분명 회고도 했던 기억이 나고, 북클럽도 만들어서 책도 읽었으나 구슬이 서말인지 몰라도 꿰는 작업은 전혀 하지 않았던 게 분명하다.

항상 느끼지만 시간이 너무 부족하고, 내 체력은 고작 이것 밖에는 안되고, 하고 싶은 것은 참 많다.


나날이 부족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더 많아지는 것을 보니, 이제 정말 새로운 분야에 들어왔다 싶고, 제대로 투자에 대해 내 자신이 던져진 느낌이 든다. 나이와 경력은 있다고 어른 대접 받지만, 결국 배워야 하는 입장에 있다보니 매 순간 내 위치를 자각하며 적절하게 다독이는 일이 고작이지만 다행히 좋은 팀을 만나 모처럼만에 안정감있는 분위기에서 일하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냥 내가 해야할 일은 앞으로도 이 속도를 잃지 말고 달려나가는 것.


차라리 내가 맞다라는 강한 확신이 들거나, 내가 항상 옳았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이렇게 괴롭거나 고민되는 순간도 없을텐데.. 인생은 초등학생 때 처음 펼쳐본 영영사전을 볼 때처럼 모르는 단어 하나를 알기 위해 모르는 단어 두개를 배워야 하는 수준에서 그닥 나아간 것은 없다.

Jeff Bezos 아저씨가 Strong views, weakly held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정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이거 되는 사람은 정말 무서운 사람이다..

Leaving Moloco

지난 1월을 마지막으로 Moloco를 나오게 되었습니다. 역시나 정해지지 않았지만, 그리고 점점 경력이 더 무거워지는, 어쩌면 중요할 수도 있는 시점에서 큰 결정을 내린 다는 사실에 겁이 나기도 하고, 잘하는 결정일까 오만번을 고민하다 결국 나오기로 결심하고 행동으로 옮겼습니다. Moloco를 다니며 왜 힘들었는가, 나온다고 하는 결정이 힘든 상황을 피하기 위한 결정은 아니었는지,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다독이며 – Moloco가 나오기에는 참 훌륭한 회사이기도 했습니다만 – 내 마음은 왜 그렇게 흘러갔고, 이 결정이 과연 내 인생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찾아보려 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디에 소속되어 무슨 일을 한 것인가 이외에, “어떻게 살 것인가”, 또는 “나는 어떤 사람이며, 어떤 일을 어떻게 할 때 행복한가”의 문제이기도 하기에 이 시점에 한번쯤 또다시 나를 되돌아보고 정리하고 가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겠지요.

 

It’s fun being me

저에게는 “나로써 살고, 나로써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중요함을 깨달았습니다. 일을 하며 “내”가 된다는 것은 내 의견대로만 일을 진행하거나, 내멋대로 일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과연 내가 Ego과잉은 아니었나 깊게 고민하기도 했었습니다만 – 스타트업을 좋아하는, 스타트업에 머무르는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 Ego과잉이기도 하고, 사실 저도 그 안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으니까요.

내가 나일 때 즐겁다는 것은 이런 부분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입니다. 이런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지만, 나라는 사람에게는 – 혹은 각 개인에게는 – 각자의 향기와 색 (color)가 있는데 그것이 그대로 드러날 수 있는 것이 저에게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향기와 깊이가 개인에게서 느껴지지 않는 경우,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알게되었네요. 다시 써놓고보니, 어쩌면 Ego과잉이었는지도 모르겠네요. 하하. 다만, 비유를 하자면 연인과의 관계에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보지 않는 관계는 오래 지속될 수 없고, 좋은 사람을 만났다는 증거는 더 내 자신을 돌아보고,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애쓸 수 있는 관계라는 비유가 적절할 것 같습니다.

Bias toward low-context communication

그렇기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리고 내 자신으로써 일하기 위해, 끊임없고, 오해없는 communication이 필요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 나는 어떤 사람이고, 이런 경우에 행복합니다 – 이 과정에서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스스로에게 대답하고, 때로 그것을 주변에 이야기하고 이해받고 이해하는 과정들이 필요하고 중요한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더 나아가 다른 사람의 향기와 색깔에 관심이 많고, 더 알고 싶어하니까요.

그러나 세상에는 각기 다른 화법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의 신호를 잘 해석하고 내 신호를 때로 그러한 방식대로 – high context communication – 으로 해야하는 경우가 있습니다만, 안타깝게도 제가 그러한 부분에 강점을 보이는 사람은 아닙니다. 똑같은 말을 다르게 해석해야 하는 경우, 그리고 그런 부분에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경우 내적으로 지치게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만약 똑같은 high context communication에서 에너지를 덜 쏟기 위해서는 “말하지 않아도 알아채는”, 다시 말해 일을 넘어선 친밀함과 관계가 필요했었고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러한 친밀함을 일터에서 찾는 스타일을 잘 융화시키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솔직히 제가 말을 놓거나, 혹은 “언니”나 “오빠”라고 하는 것들이 편하지 않은, 어쩌면 굉장히 딱딱한 사람일지도 모르겠네요.

Staying positive and being an introvert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제가 “내 이야기”를 잘 풀어내거나 “내 선호”를 강하게 주장하는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제 에너지는 외부로 뻗어나간다기보다는 내부로 prioritize하는 경향이 큰 사람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때로 갈등 상황과 그것을 풀어가는 과정 중에서, 이런 것들을 외부에 피력할 수 있고 알릴 수 있는 “타이밍”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 순간들을 놓치면 your voice will not be heard, forever. 안타깝게도, 에너지를 내부에 쏟는 경향이 있는 저에게는 그 순간순간 참아버리다가 폭발할 수 밖에 없는 바람직하지 못한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누군가를 험담하거나 하는 부정적인 에너지들이 – 누군가는 직장생활에서 뒷담화는 윤활유이라고 하기도 하지만 – 설령 누군가 맞지 않아서 보지 않거나 헤어지는 결정을 하게될지언정 저에게는 누군가에 대해서 뒤에서 나쁘게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견디기 힘든 스타일이라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외부로 부정적인 에너지를 쓰는 행위 자체가 제가 가진 성향과 너무 정반대의 일이었으니까요.

Outro

사실 이렇게 제 스스로를 알게 해준 것 이외에도, 정말 Moloco에 고맙고 고마웠던 것은 AdTech에 그보다 더 좋은 스승은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마 AdTech를 떠나도 후회하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다만, 앞으로의 결정의 큰 프레임은 단순히 어떤 industry에 머무르거나 떠나는 결정이 아니라, 어쩌면 employer로 살 것인가, employee로 살 것인가, 오히려 더 단순하면서도 큰  문제일 수 있고요. 그 고민의 여정에서 – soul searching, 저의 마음은 어쩌면 Yes or yes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 “Yes”를 찾기 위해 조금 더 고민해보고 실행에 옮기려 합니다. 제 인생에서 몇달이라는 기간은 그리길지 않은 순간일 수도 있고, 저는 지금 이 고민하는 순간이 참 행복하고 감사하게 느껴지기도 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