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ngs I don’t know that I don’t know – 해외 비지니스에 대한 생각들

4개로 사물을 분류하여 생각하는 방법론을 상당히 자주 사용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결국 이 4가지의 사고체계를 활용하여 일종의 risk management를 하게 될 때 중요한 것은 다음의 2가지가 얼마나 잘 활용될 수 있는 것이냐에 달려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1)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몰랐던 것을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알아내는’ 것 (Things I don’t know that I don’t know -> Things I know that I don’t know)과 2) 1)을 통해서 알아낸 내가 모르는 부분을 ‘아는’ 것로 만들 때 (Things I know that I don’t know -> Things I know that I know) 입니다

그 다음, 위의 방법으로 문제인식을 한 후, 행동에 옮기기 전에 하나 생각하는 단계가 있는데.. 내가 ‘노력해서 될 수 있는 일’과 ‘노력해서 될 수 없는 일’을 분류하는 것입니다.  먼저, 명백하게 노력해서 될 수 없는 일을 발라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행히도, 이 부분은 상당부분 명확합니다. 예를 들면 저는 아무리 노력해도 키가 170이 될 수는 없고 (.. ㅠㅠ 다시 태어나면야..), 농구선수는 될 수 없습니다. 그러기에 사실상 tricky한 부분은 이 다음 부분입니다. 노력해서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노력해서 될 수 없는 일이거나 (너무 확률이 낮거나), 너무 많이 노력해야해서 (너무 노력에 들어가는 비용이 크다) 노력대비 ROI가 안 나오는 일인지 파악하는 것입니다. (물론 노력해서 이루고자하는 일이 굉장한 의미나 보상이 있다면야.. 다르겠지요.)

해외 비지니스의 경우 바로 어려운 점이 위의 1)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몰랐던 상태에서,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알아내는’ 것  2) 내가 모르고 있었다 인지했던 것을 ‘아는’ 것로 만드는 것의 과정에서 비용이 상당히 많이 들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구체적으로는 1) 번의 경우 measure하기도 어렵고 – 무엇을 모르는지 모르기 때문에 시작부터 예측하기 어렵고, 1)의 문제를 넘어 2) 번의 경우에 도달하면, 이 부분을 해결하는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해외 비지니스를 할 경우 2)의 경우만 고려하지, 1)의 경우는 계산에 들어있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네, 당연히 measure 할 수 없기 때문에 .. 고려할 수도 없죠..ㅠ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 비지니스의 경우 분명 성공하면 Return은 크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도전합니다. 저희 ab180도 마찬가지이고요. 하지만, 더 어려운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문제의 많은 부분이 스스로 해결이 불가능하거나, 정말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그 부분을 자각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느껴집니다. 아니, 해외 비지니스를 굉장히 쉽게 보는 경우를 많이 목격합니다. (네 아마 저희도 그런 케이스일지도 모릅니다.. ㅠㅠ)

이는, 해외 진출의 많은 부분들이 (특히나 성공을 좌지우지하는 것들이) 눈에 띄지 않는 소프트스킬(Soft Skills)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코딩/개발과 같은 하드스킬(Hard Skills)의 경우 얼마나 못하고 잘하는지가 measurable하도록 드러납니다. 하지만 커뮤니케이션이라던가 협상 능력 등등의 소프트스킬은 평가가 힘들기 때문에 평가절하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코딩은 6개월 안에 배우거나 마스터할 수 없다 생각하면서 협상 스킬이나 커뮤니케이션 스킬은 단기간에 마스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하드스킬도 속성으로 마스터할 수 있다고 믿는 경우도 많은 거 같습니다. 몇개월짜리 정부지원 data science 코스 듣고 data scientist 지원하는 분들도 많으니까요..)

따라서.. 안습인 케이스가 많습니다. 심한 경우는 은근한 무시를 당하거나 거절을 당해도 거절인지 모르며, 혹은 가능성 없는 일에도 많은 기대를 걸고, 미묘한 뉘앙스를 파악하는 것까지 기대하지 않아도.. 화자의 의도를 왜곡하게 되는 경우까지 있습니다. (ㅜㅜ) 게다가 해외비지니스의 경우, 많은 경우 순진한 한국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저렇게까지 cunning하게 비지니스를 하느냐고 물어볼 수도 있을만큼 교묘하고 strategic합니다. (영미권에 계약서와 법률시장이 활발한 이유를 나는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그 뉘앙스를 파악하지 못하는데에는 언어와 문화에 대한 무지, 특히나 문화에 대한 무지가 크게 작용한다고 생각됩니다 (제발 good job을 잘했다는 칭찬으로 생각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ㅠㅠ ) 잘 모르는 유학생 시절에 여러 시행착오를 거쳤는데, 경험상 제일 중요하고 확실한 지표는 ‘행동’이었습니다. 먼저 연락이 오느냐, 연락이 와서 어떤 행동을 하느냐, 그 다음 팔로업 액션은 무엇이냐.. 그게 중요하지, 만나서 어떤 수사를 쓰는지는 귀에 담아둘 필요 없습니다.

물론 제품이 압도적으로 뛰어나고, 딜이고 협상이고 뭐고 상관없을 정도면 상관없습니다. 1) 우리가 시장을 교육하지 않아도 되고 2) 그래서 경쟁사가 있지만 경쟁사에 비해서 뛰어난 제품을 보유하고 있지만 3) 우리 제품이 너무 뛰어나서 설득 따위는 상관없다면 .. 별 문제 없겠지만, 갓 MVP를 벗어난 제품은, 특히나 서비스 쪽은 어렵습니다. 이게 하드웨어처럼 굉장히 standardized되어 있는 상품이 아니라면 더 어렵게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 시장은 정말 탐나는 곳입니다. 우리나라 시장만으로도 작은 시장이 아닐 수도 있지만 – 우리같은 B2B Saas 업체에게는 그렇게 큰 시장은 아닌 것 같습니다 – 적어도 스타트업 하는 입장에서는 한번 젊은 날의 호기로 도전해보고 싶은 (네, 그렇게 젊지는 않습니다만..ㅠㅠ)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