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업의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 부동산 직거래는 불법은 아니지만 거래 대상 자체가 고가이므로 직거래 시장은 크게 성장하지 못하고 있으며, 중개를 하고 그에 대한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공인중개업은 중개사자격증을 취득한 사람만 가능하다. 따라서 부동산 중개의 경쟁은 매년 시장에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이 증가할수록 그 경쟁이 심해질 수 밖에 없다. 특히, 공인중개사 합격자의 배출은 정부에서 외환위기 이후 공인중개사 배출을 실업대책으로 삼겠다고 언론을 통해 이야기할만큼 계속 그 숫자가 매년 증가해왔다.
공인중개사는 매년 2만명이 넘는 합격자가 배출되며, 현재 전체 누적 시험 합격자 수는 40만명이 넘었다. 그에 따라, 개업한 공인중개사의 숫자는 2014년 8만4천명 수준에서 2021년 11만 5천명 수준까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아마도 아파트 단지 상가의 1층이 공인중개업소로 들어찬 풍경은 서울시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서 그리 낯선 풍경은 아닐 것이다.
매년 공인중개사 경쟁은 치열해지면서도, 중개사 숫자가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인중개업소의 등록은 지자체를 통해 확인해볼 수 있다. 강남 3구의 공인중개사 숫자는 총 6,434곳이며 이는 2017년 대비 19% 증가하여, 전국 평균인 15% 보다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중개업 자체의 경쟁이 심해 살아남기 힘들고, 폐업이 늘어난다는 기사와는 다른 숫자이다.
동 기간의 부동산 거래 데이터를 보면, 중개사 숫자의 증가에 비교해 2가지를 추가적으로 고려해 볼 수 있다. 하나는 2017년 대비 2020년의 전체 매매 건수의 증가와 건 별 거래액이다. 예상과는 달리, 해당 기간 동안 월 평균 아파트 전체 거래 건 수는 9%가 감소하였다. 설령 감소하였다고 하더라도 해당 기간 동안 아파트 가격 상승률을 고려해본다면 중개사의 먹고사니즘이 어려워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아니, 적어도 거래를 성사시킨 중개사의 경우 더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환경이 되었기에 거래 건 수가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불구덩이에 더 많은 사람들이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다시말해, (어떤 방법으로든) 거래를 하고 있는 공인중개사들은 (경쟁이 치열해지긴 했어도) ‘아직은 먹고 살만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줄어든 거래 건 수를 차지하기 위해 거래 한건 한건에 대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반값 중개, 혹은 수수료 경쟁에 나서서 화제가 되고 있는 일부 중개업소의 등장이 이러한 경쟁에 따른 변화인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거래 한건이 소중해 질수록, 또한 어떻게든 고객을 낚으려는 인센티브도 강해진다. 허위매물 단속에도 불구하고 강남 3구의 허위매물이 30% 이상 증가한 것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서라도) 고객을 낚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낳은 부작용이다. 허위매물을 적극적으로 올리지 않더라도, 적어도 거래완료 처리를 늦게 하여 고객을 끌어들이려는 사례도 빈번하다. 아마도 앞으로 거래 건 수가 줄어들면 줄어들수록,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안타깝게도 온라인에서의 부동산 신뢰도는 앞으로도 악화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현재 구조는 공동중개를 부추기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거래액은 증가하지만, 거래 건 수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 공인중개사들이 택한 방법은 공동중개이다. 직방과 같은 플랫폼도 공동중개를 하고 수수료를 50% 가져가겠다고 발표하였다. 하지만, 누차 말해온 것처럼 이러한 공동중개 방식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경쟁의 베네핏보다는 부작용을 더 느끼게 할 수 있는 거래 방식이다.
거래 하나에 물린 중개인이 여럿이라면 전체 수수료의 지불 금액은 높아지겠지만, 각 중개사에게 지불되는 수수료는 작다. 다시 말해 소비자는 거래가 완결되고 지불한 서비스 비용 대비 낮은 품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공동중개가 심해질수록 소비자 입장에서는 ‘지불한 가격대비 공인중개사가 하는 일이 없다’라는 인상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또한 한 매물에 30-40개의 중개인이 물려있다면, 다른 무엇보다도 (다른 곳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거래의 완결에만 신경써야하는 구조가 된다. 중개인 입장에서도 하나의 거래를 위한 전문성을 키우기보다는 빨리 빨리 거래를 치워버리는 거간꾼의 역할에만 치중하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
결국, 부동산 거래는 현재 공동 중개거래의 형태가 바뀌어야, 현재 시장이 가진 많은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생각된다. 경쟁을 유지하면서도 시장이 혼탁해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공인중개사도 거래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소비자도 지불한 편익에 걸맞는 서비스를 제공받았다고 느끼기 위해서는 다시 한번 시장의 혁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