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aving Moloco

지난 1월을 마지막으로 Moloco를 나오게 되었습니다. 역시나 정해지지 않았지만, 그리고 점점 경력이 더 무거워지는, 어쩌면 중요할 수도 있는 시점에서 큰 결정을 내린 다는 사실에 겁이 나기도 하고, 잘하는 결정일까 오만번을 고민하다 결국 나오기로 결심하고 행동으로 옮겼습니다. Moloco를 다니며 왜 힘들었는가, 나온다고 하는 결정이 힘든 상황을 피하기 위한 결정은 아니었는지,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다독이며 – Moloco가 나오기에는 참 훌륭한 회사이기도 했습니다만 – 내 마음은 왜 그렇게 흘러갔고, 이 결정이 과연 내 인생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찾아보려 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디에 소속되어 무슨 일을 한 것인가 이외에, “어떻게 살 것인가”, 또는 “나는 어떤 사람이며, 어떤 일을 어떻게 할 때 행복한가”의 문제이기도 하기에 이 시점에 한번쯤 또다시 나를 되돌아보고 정리하고 가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겠지요.

 

It’s fun being me

저에게는 “나로써 살고, 나로써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중요함을 깨달았습니다. 일을 하며 “내”가 된다는 것은 내 의견대로만 일을 진행하거나, 내멋대로 일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과연 내가 Ego과잉은 아니었나 깊게 고민하기도 했었습니다만 – 스타트업을 좋아하는, 스타트업에 머무르는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 Ego과잉이기도 하고, 사실 저도 그 안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으니까요.

내가 나일 때 즐겁다는 것은 이런 부분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입니다. 이런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지만, 나라는 사람에게는 – 혹은 각 개인에게는 – 각자의 향기와 색 (color)가 있는데 그것이 그대로 드러날 수 있는 것이 저에게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향기와 깊이가 개인에게서 느껴지지 않는 경우,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알게되었네요. 다시 써놓고보니, 어쩌면 Ego과잉이었는지도 모르겠네요. 하하. 다만, 비유를 하자면 연인과의 관계에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보지 않는 관계는 오래 지속될 수 없고, 좋은 사람을 만났다는 증거는 더 내 자신을 돌아보고,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애쓸 수 있는 관계라는 비유가 적절할 것 같습니다.

Bias toward low-context communication

그렇기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리고 내 자신으로써 일하기 위해, 끊임없고, 오해없는 communication이 필요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 나는 어떤 사람이고, 이런 경우에 행복합니다 – 이 과정에서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스스로에게 대답하고, 때로 그것을 주변에 이야기하고 이해받고 이해하는 과정들이 필요하고 중요한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더 나아가 다른 사람의 향기와 색깔에 관심이 많고, 더 알고 싶어하니까요.

그러나 세상에는 각기 다른 화법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의 신호를 잘 해석하고 내 신호를 때로 그러한 방식대로 – high context communication – 으로 해야하는 경우가 있습니다만, 안타깝게도 제가 그러한 부분에 강점을 보이는 사람은 아닙니다. 똑같은 말을 다르게 해석해야 하는 경우, 그리고 그런 부분에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경우 내적으로 지치게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만약 똑같은 high context communication에서 에너지를 덜 쏟기 위해서는 “말하지 않아도 알아채는”, 다시 말해 일을 넘어선 친밀함과 관계가 필요했었고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러한 친밀함을 일터에서 찾는 스타일을 잘 융화시키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솔직히 제가 말을 놓거나, 혹은 “언니”나 “오빠”라고 하는 것들이 편하지 않은, 어쩌면 굉장히 딱딱한 사람일지도 모르겠네요.

Staying positive and being an introvert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제가 “내 이야기”를 잘 풀어내거나 “내 선호”를 강하게 주장하는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제 에너지는 외부로 뻗어나간다기보다는 내부로 prioritize하는 경향이 큰 사람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때로 갈등 상황과 그것을 풀어가는 과정 중에서, 이런 것들을 외부에 피력할 수 있고 알릴 수 있는 “타이밍”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 순간들을 놓치면 your voice will not be heard, forever. 안타깝게도, 에너지를 내부에 쏟는 경향이 있는 저에게는 그 순간순간 참아버리다가 폭발할 수 밖에 없는 바람직하지 못한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누군가를 험담하거나 하는 부정적인 에너지들이 – 누군가는 직장생활에서 뒷담화는 윤활유이라고 하기도 하지만 – 설령 누군가 맞지 않아서 보지 않거나 헤어지는 결정을 하게될지언정 저에게는 누군가에 대해서 뒤에서 나쁘게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견디기 힘든 스타일이라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외부로 부정적인 에너지를 쓰는 행위 자체가 제가 가진 성향과 너무 정반대의 일이었으니까요.

Outro

사실 이렇게 제 스스로를 알게 해준 것 이외에도, 정말 Moloco에 고맙고 고마웠던 것은 AdTech에 그보다 더 좋은 스승은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마 AdTech를 떠나도 후회하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다만, 앞으로의 결정의 큰 프레임은 단순히 어떤 industry에 머무르거나 떠나는 결정이 아니라, 어쩌면 employer로 살 것인가, employee로 살 것인가, 오히려 더 단순하면서도 큰  문제일 수 있고요. 그 고민의 여정에서 – soul searching, 저의 마음은 어쩌면 Yes or yes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 “Yes”를 찾기 위해 조금 더 고민해보고 실행에 옮기려 합니다. 제 인생에서 몇달이라는 기간은 그리길지 않은 순간일 수도 있고, 저는 지금 이 고민하는 순간이 참 행복하고 감사하게 느껴지기도 하거든요.

Leaving Moloco”에 대한 답글 3개

  1. 브런치에 작성하신 SEO 글을 읽다가, 내용이 도움이 많이 되어서..
    이분은 어떤 커리어를 쌓으시고 대체 뭐하는 분일까 찾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요.

    2020년 큰 결정 이후에도 승승장구 하실 거라 믿습니다! 빠이팅임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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