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d of the road (2)

처음으로 만난 매수의향을 보인 기관과 이야기를 시작했다. 통상적인 구주 양수도에서 그렇듯, 내가 매도하지 않겠다 하면 거래는 이뤄지기 어려웠다. 매수하고자 하였던 기관은 사정상 급해보였고, 담당자는 비상장주식 매매에 큰 경험자로는 보이지 않았다. 보통주라서 큰 폭으로 할인을 해야한다거나, 팔 수 있는 기회가 없을 거라는 등의 큰 설득력 없는 이야기들이 오고갔다. (사족을 붙이자면 보통주라서 여러 옵션이 붙어있지 않는 우선주보다 할인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지만, 거래에 표준이 어디있던가 싶다. 게다가 해당 회사는 기관 투자자들이 신주 투자 한지 얼마 되지 않아 펀드 duration상으로 우선주가 매도 매물로 나오기에는 좀 시간이 있기에 그 기간 안에 구주 매수를 하기 위해서는 보통주의 할인폭은 적어질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앞으로 팔 수 있는 기회가 없는데 기관이 구주를 매수한다는 것의 논리도 근거가 너무 약해보였다. 앞으로 투자도 못받고 엑싯도 못할거라면서 당사자는 그 주식을 매수하고 싶어요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니까) 그리고 사실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매도자인 내가 큰 할인폭을 감당하면서까지 매도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다시 말해, 구주 거래의 경우 파는 쪽이 갖고 있는 주식이 휴지가 되는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다면 어디까지나 키를 쥐고 있는 셈이었다.

30여분 정도 논의를 하면서 매수하는 쪽으로 상황이 유리하게 전개되지는 않는 듯 보였다. 이야기했듯이, 이 거래의 키는 매도자인 내가 전량매도해야하는 의사가 크지 않았기에 당연한 전개였다.

그러자 매수하는 기관에서 여름부터 지리하게 이야기된 계약이니 빨리 끝내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매수기관 담당자는 상황을 전혀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회사 측의 커뮤니케이션 잘못으로 인해 나에게 전달된 것은 고작 1-2주 정도 전이었다. 갑자기 황당하게 계약이 깨져버렸던 것 이상으로 실상 나도 황당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내 입장에서는 사실 이 자리에 나온 것 자체가 첫 미팅이었던 셈이다.

매수 담당자는 마음이 급했는지 3%까지는 꼭 매수를 해야한다는 중요한 정보까지도 이야기하면서, 중간에 자신이 할인율 몇 %로까지 시뮬레이션 했던 이야기들도 흘렸다.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논의는 나에게 유리한 쪽으로 흘러가는 것 같았다. 아니, 유리할 수 밖에 없던 논의였다. 매수 의향과는 상관없이 매수자와 매도자의 타임라인이 다르게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큰 소득이 없던 논의가 흘러가자 조용히 있던 회사 측 담당자가 좀 격앙된 목소리로 대화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사실 그 이야기를 하기 위해 굳이 시간을 내서 만나자고 했겠지 싶었는데, 그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In a nutshell

회사쪽 담당자는 이 구주 매각에 내가 비협조적이면 안된다 이야기하면서 황당한 이야기를 시작하기 시작했다. 회사가 원하는대로 매각을 해야하는 이유는, 퇴사할 때 좋게 나가지 않았으며, 퇴사한 후에 경쟁사로 이직을 하였으며, 결정적으로 주식양수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으니 계약을 무효로 소송할 수 있으며, 회사가 동의하지 않으면 내가 보유하고 있는 구주를 기타 기관에 매도할 수 없다고 하였다.

나도 잠시 당황하였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반박을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문제는 제기한 문제가 전부 사실이 아니거나, 내가 모르고 있거나, 혹은 나만 다르게 알고 있던 셈이었다.

무엇보다도 큰 것은 배신감이었다. 2019년 초 이직을 하면서 회사에 인사를 하러 가기도 했고, 또 명절이나 연말에는 따로 인사를 하기도 했던 사람들이 갑자기 내 등에 칼을 꽂으려 하고, 근거없는 이야기로 말을 지어내서라도 나를 음해하려 하는 상황이 당황스러웠다.

부끄럽지만 눈물이 왈칵 나왔다. 그래도 같이 일했던 사람들인데, 나한테 한번 말도 없이, 내 뒤에서 그런 이야기를 했다는 것이 섭섭하다는 말로는 더 표현할 수 없었다. (누군가의 책임을 따지고 싶진 않지만, 사실 회사의 대응이 지극히 상식적이지 않았다. 대뜸 연락해서 주식을 전량 팔라고 하고, 안팔면 어떤 식으로든 소송걸겠다는 이야기였으니까)

우선 제일 먼저 든 생각은 ‘회사와의 관계는 끝이 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스탠스를 정리하는 것은 그 다음이었다. 감정이 올라와서 정상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려웠고, 그날의 미팅은 그렇게 끝이 났다. 아마 카페에서 눈물콧물 바람인 나를 보고 제대로 이야기하기는 어려웠으리라. 나도, 지난 몇 년간 느꼈던 감정에서 제일 큰 상실감을 맛본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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