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선택, 혹은 결정의 결과론적인 판단은 사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에서야 알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생만사 새옹지마”라는 말처럼, 어느 순간에 긍정적 이었던 결과도 지나고보면 부정적인 경우도 많고, 낭패라고 생각했던 결과도 사실은 긍정적인 일이 될 수도 있는 것이 인간의 일인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결정을 내릴 시점에 주어진 정보를 통해, 최선을 다해서 결정을 내려야 함은 분명하며, 그럴 경우 때로는 어느 정도의 결과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을 피할 수 있기는 합니다. (미국의 첫 여성 법무장관 Janet Reno의 임기 중 Waco siege케이스처럼 엄청나게 비극적인 결과도 사실은 현명한 사람들이 최선을 다해 판단한 결과입니다.) 당연하게도 결정을 내릴 당시 가진 정보가 인간에게 주어진 최대한의 정보였다면, 그 상황에 누구나 그렇게밖에 판단할 수 없었다면 그 이외의 부분은 인간이 아닌 영역에 맡기는 것이 ‘진인사대천명’의 자세이겠지요.
따라서 최소한의 ‘진인사대천명’을 위해 어떤 선택/결정을 내릴 때 있어서 판단의 기준을 가지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많이 이야기 되는 Jeff Bezos의 Type 1, Type 2도 이러한 판단 기준 중의 하나로 생각됩니다만, 조금 더 세부적으로 어떤 선택/결정을 내릴 때 고민하는 지점들에 대해서 새해를 맞아 정리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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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적절성 / 타이밍
어떤 결정들은 시간이 지나면 의미가 없어집니다. 기회는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으니까요. 선택/결정의 가치는 시간에 대한 함수값과도 같습니다. 어떤 선택과 결정은 시간에 대해 지대한 영향을 받고, 어떤 결정들은 큰 영향을 받지 않기도 합니다. 따라서 가장 먼저 파악할 것은 ‘이 선택/결정이 얼마나 time contraint한 것이냐’를 판단해야 합니다. 실제적으로 선택/결정을 내리고 실제로 실행에 옮길 시간이 필요한데 너무 불필요하게 선택 과정에서 시간을 쓰다가 정작 중요한 실행에서 시간이라는 중요한 리소스가 부족하게 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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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비용을 계산할 줄 아는 시계열적인(?) 사고
그 다음, 이 결과가 가져올 영향보다는 이 선택/결정을 하지 않았을 경우 가질 수 있는 최대한의 가치, 곧 기회비용을 가늠해볼 수 있어야 합니다. 어떤 선택/결정에서 가져올 기대값/기대되는 효과들은 가장 먼저 고려하면서도 종종 이러한 ‘기회비용’은 중요한 선택이나 결정에서 자주 간과되고는 합니다. (시계열적인 사고와 시간에 대한 기회비용은 다른 이야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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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적, 혹은 구조적인 사고, 비판적 사고
구조적인 사고란 문제의 원인을 파고들어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는 것을 말합니다. 어떠한 현상, 혹은 문제점을 파악했다면 그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진짜 원인을 파악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 서비스의 특정 기능이 자주 사용되고 있지 않다면 그 원인은 수십가지일 수도 있습니다. 단순히 고객이 해당 기능에 대해서 니즈가 없을 수도 있지만, 서비스에 해당 기능있다는 존재 자체를 모를 수도 있고, 해당 기능 사용법을 어려워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한가지 현상에 있어서도 수십개의 설명이 가능할 수도 있고, 이를 염두에 두어야 하는 제일 근본적인 사고의 틀이 비판적 사고에 기반한 구조적 사고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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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 out of the box
창의적인 해법은 정말 ‘하늘아래 완전 새로운’ 방법으로 해결책을 뽑아낸다기보다는 위에서 구조적인 사고로 풀어내지 못하는 것을 해결하는 사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의 구조적인 사고의 틀에서 절대적으로 전제하고 있던 한 가지 전제를 interdisciplinary 한 방법으로 다른 산업이나 다른 문제에서 그 해결방법을 가져가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원과 시간이 희소한 스타트업에게서는 무엇보다도 좋은 판단이란, 혹은 최선의 판단이란 “기회비용을 계산할 수 있는 판단”인 것 같습니다 – 기회비용은 많은 것들을 포함합니다. 새로운 확장의 기회, 혹은 안해도 되는 일을 함으로써 시간과 노력의 낭비까지도 포함합니다. 그렇기에 판단이 여렵고 실행력이 좋은 많은 스타트업의 경우 ‘fail fast, learn fast’를 실질적인 행동지침으로 넣고 있습니다만 빠르게 결정하고 빠르게 결정한다고 하여서 선택/결정의 기회비용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때로, 충분히 생각하고 판단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문제를 섣부르게 판단하여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채 타이밍과 좋은 판단을 모두 놓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어렵습니다. 설령 이러한 과정에서 세심하게, 꼼꼼하게 고려해보았다고 해도 사후적으로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며, 어떤 결정의 risk taking도 위와 같은 구조로 면피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 배움이 있다면, 그리고 그 과정에서의 진정성과 투명성이 있다면 300밀리언달러를 날려려버리고도 다시금 새로운 도전을 통해 시장의 신뢰를 얻어가고 있는 제이슨 골드버그의 사례처럼 언젠가 다시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기회들이 찾아오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