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 대한 결정

사람에 대한 결정이 제일 어렵다. 서비스에 대한 것은 되돌릴 수 있지만, 사람에 관한 것은 돌릴 수 없다.

어쩌면 이 일을 하기로 선택하면서 제일 먼저 포기했던 것이 ‘모두에게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지만, 여전히 내 자신과 싸워야 한다. 이런 마음과 내가 싸우지 않는다면 내 팀의 누군가는 고통받는다.

두 번 다시 같은 실수는 하고 싶지 않다.

1주년

법인을 내기로 한 지 이제 1년이 되었습니다.

창업을 하면서 결심한 몇 가지가 있습니다. 그 가운데서 했던 다짐 중 하나는 창업 후 2-3년 내에 해당 영역에서 제일가는 전문가가 되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적어도 창업을 하면서부터 나를 믿어준 사람들을 위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했고, 지난 1년 간 정말 시장을 알기 위해서 시장의 이해관계자와 서비스 유저, 잠재 유저를 닥치는대로 만나고 인터뷰하고 무엇이 부족할까, 어디에서 기회가 있을까 고민해왔습니다.

우습겠지만 1년 전에 가끔씩 시공사와 시행사, 재개발과 재건축을 헷갈리게 썼던 저는 주택법, 도시정비법을 찾아보며 종종 멋진 용어도 쓰게 될 줄 알았으며, 왜 시장이 변하고 있지 않은지 그 관성을 깨기 위해서는 어떤 시도가 있어야 할 지 이 생태계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더 다행이라면, 이러한 제 자신이 재미있고, 여전히 즐겁습니다. 앞으로 어떤 일들이 생길지 두렵기도 하지만, 또 우리가 왠지 바꿔갈 수 있을거라는 기대에 설레이기도 하고요.

이런 무지랭이 같았던 나를, 그간 일면식도 없었던 저에게 콜드콜, 소개 등을 통해서 시간을 내어준 H, P, D, S 시공사의 도시정비팀, 분양팀, 분양마케팅 대행 업체, 분양시행사, 건축 설계 업체, 정비용역 업체, 각 단지의 재건축 및 리모델링 추진위원들, 조합원들, 그 외에도 기꺼이 시간을 내어 해준 유저 인터뷰, 블라인드와 네이버카페, 오픈채팅방에서 인터뷰에 응해준 수많은 분들에게 정말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말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합류해준 팀원들에게도 – 이 정도의 인연이라면 전생에 최소한 같은 전장에서 싸웠던 전우 정도는 되는 거 아닌가 – 하는 생각도 들만큼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21세기, 아니 22세기에도 종이와 사람으로 업무를 하는 이 영역이 우리에게 어떤 기회로, 또 우리가 어떤 결과로 증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저희의 가능성을 보고 지지해주는, 응원해주는 사람들 덕분에 꼭 성공해야겠다는 오기도 생기고 또 정말 잘해내서 증명해보이고 싶네요. 매일매일이 즐겁기만 했다고는 말할 수 없었던 1년이었지만, 가끔은 밥 안먹어도 배부르고, 밥 먹는 것도 까먹었던 1년이었습니다. 또 다음 1년도 그렇게 몰입하며 즐겁게 달려보겠습니다.

곧 1년

이제 다음주면 1년이 된다. 시간은 참 빠르게 흐르고, 기분도 참 묘하다. 내년도 이맘때 쯤 에는 나는 또 어떤 기분을 느끼게 될 것인가. 1주년을 맞아 이번 주말에는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감사하고, 또 고맙다.

재건축/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가 ‘얼마집’을 써야하는 이유

아파트 소유주 자동인증 커뮤니티는 누구에게 가장 의미 있을까요? 개인이 소유할 수 있는 자산 중, 어쩌면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부동산’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는 분명한 시점이 존재합니다.

  • 내 행동이 내가 소유한 자산의 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경우
  • 소유권의 가치나 소유권 자체에 대한 변화가 조만간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예를 들어, 삼성전자 주식을 1억원 어치를 매수 또는 매도하려고 고민할 경우 당연하게도 관심이 높아집니다. 과연 이 가격에 매수하는 것이 맞을지, 혹은 매도하는 것이 맞을지, 앞으로의 가격은 어떻게 변화할지 – 나의 투자에 대한 리스크를 고려하며 온갖 정보를 모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한, 앞으로 내 행동에 따라 소유한 자산의 가격의 영향을 줄 수 있는 특정 이벤트가 생긴다면 – 내가 삼성전자의 주가가 2배가 될 수 있는 결정을 할 수 있다면 내 결정에 따라 큰 영향을 줄 수 있기에 더 깊게, 더 많이 신경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 조건에 부합하는 경우가, 내가 소유한 아파트 단지가 재건축을 추진하거나 또는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경우입니다. 재건축/리모델링 대상의 아파트는 준공 이후 15년차 이상이라면 리모델링, 30년차 이상의 아파트는 재건축을 추진하는 기본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안전진단 등의 인허가 여부를 차치한다면, 10년 내 전국적으로 460만호가 그 대상이 되는, 현재 존재하는 아파트 단지는 언젠가 한번쯤은 겪어야 할 일입니다.

재건축 및 리모델링 사업 추진의 어려움

[그렇다면 이 수많은 사람들이 당장, 혹은 조만간 겪게될 문제점은 무엇인가]

재건축 혹은 리모델링 사업은 평균 연한 13년 (리모델링의 경우 7-8년) 정도 걸리는 장기사업이며, 사업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적으로 수천억원 내지는 조단위의 엄청난 규모의 사업입니다. 그렇기에 다양한 이해관계자에 의한 조합 비리 등의 이슈가 자주 불거지기도 하지만, 매 사업별 진행이 상당한 전문성을 요구하기에 대부분의 조합의 운영이 조합 임원들에 의해 결정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조합의 비리가 끊이지 않는 근본 이유는 조합원들의 의사결정이 왜곡되기 때문입니다. 조합 업무의 많은 부분들은 조합임원들에 의해 이뤄지지만 그 최종 결정은 (조합의 일정 지분을 보유한) 각 조합원들의 의사결정을 반영합니다. 그렇기에 각 투표가 이뤄지는 시점에 종종 잡음이 발생하며, 때로는 각 조합원의 명의도용과 서면위변조의 경우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서면결의서 위조는 도시정비법 위반 사항이 아니기에, 처벌조차 어렵습니다)

많은 경우 조합, 또는 이해관계가 걸린 업체에서 동원한 홍보용역요원들이 조합원을 사칭하거나, 원하는 방향으로의 여론을 조작하려 하기에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를 막기 위해 온라인상 조합원들이 단체카톡방 / 밴드 / 카페 등을 통해서 커뮤니케이션을 투명하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온라인의 익명성이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키는 경우도 많습니다. 실제로 소유주 인증 채팅방에 소유주를 사칭하거나, 비밀번호 보안의 허술함을 통해 단톡방에 홍보용역요원들이 조합원을 사칭하여 문제가 된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상계1구역 카톡방 불법 운영 사례)

이는 기본적으로 카톡방/밴드/카페 등이 특정 개인에게 사적으로 소유된 공간이기에 일어날 수 밖에 없는 문제이며, 특정 인증을 거치거나 비밀번호 등을 통해 보안을 관리한다고 하여도 보안의 방법이 엄격하지 못하며, 무엇보다도 그 운영을 하는 주체가 개인이기에, 늘 어느때이고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갖고 있다 볼 수 있습니다. 오히려, 이러한 공간이 조합, 또는 이해관계자가 마음 먹고 온라인 홍보를 진행한다면 여론 조작을 하기에 더욱 쉬운 상황이기에 더 취약해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투명한 커뮤니케이션과 의사 결정에 대한 신뢰도 상승이 필요

장기간 걸리는 조합 사업의 성패는 조합 임원진에 대한 신뢰일 것이고, 이러한 신뢰는 무엇보다도 투명한 커뮤니케이션과 빠른 의사결정에 기반할 것입니다. 다시 말해, 강력한 본인 인증과 인증된 계정만 접속 가능한 강력한 보안을 갖춘 ‘얼마집’이 줄 수 있는 핵심 가치가 좀 더 클린한 재건축 및 리모델링 사업 추진의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투명한 커뮤니케이션 이외에도, 오프라인으로 이뤄지는 다양한 정보 전달을 온라인 상으로 진행함에 따라 얻어지는 빠른 사업 진행도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우편물로 전달되는 자료와 책자, 그리고 서면으로 전달해야 하는 모든 동의서, 서면결의서 등에 대해서 각 조합원들이 수령하였는지, 혹은 수령하였으나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는지 등을 전자화하여 의사결정 수합의 시간을 단축할 수 있습니다.

또한, 오랜 시간이 걸리는 사업의 특성 상, 조합원 또는 소유주 명의가 바뀔 수 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1회의 인증을 통해 입장하는 카톡방/카페의 경우 사업이 진행될수록, 인증 시점에는 소유주였지만 그 사이 매도를 진행하여 더이상 소유주가 아닌 유저들의 비중이 높아집니다. ‘얼마집’의 경우 실거래가 거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반영하여, 소유주 손바뀜을 전자동화하고 있으며, 소유주 자동 인증 커뮤니티의 경우 현재 시점의 소유주만 입장할 수 있고, 따라서 명부 관리를 손쉽게 할 수 있습니다.

불확실성과 신앙

창업의 속성이 이 불확실성을 어떻게 하면 잘 견뎌내야 하는 것 중의 하나이다보니, 혼돈의 도가니탕 같은 이런 상황에서 잘 버티는 능력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보니 의도치 않게 어떤 절대적인 존재를 찾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

사실, 내가 아는 정보는 정말 전체 필요한 정보 중의 일부분이고, 나의 판단은 온전치 않을 수 있다. 게다가 실행력은 없는 리소스를 짜내야 하기 때문에 떨어지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무섭게도, 이 과정을 온전히 이해하고 토닥일 사람이란 팀원이 있다고 하더라도 스스로 감당해야 할 몫이다. 외로움이라는 것을 잘 타지 않는 성격을 갖고 있는 나도 가끔 쓸쓸한 느낌이 든다. 전장에 어쩌다가 먼저 공수부대의 낙하산 조에 편입되어 홀홀단신으로 떨어져서 후방의 보급이 올 때까지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하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비록 아주 독실하진 않지만 이렇게 신앙에 기댈만큼 너무 절실함이 사람에게 주는 스트레스의 강도가 높음을 인생 전반을 통해서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렇게 절실해지고 싶지 않았지만, 그것조차 아마도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종종 행운이라는 것은 충분조건이라기보다는 필요조건이라고, 다시 말해 핑거 스냅을 위한 타노스 스톤의 하나처럼 이 불확실성을 지나가 성공이라는 결과를 만들기 위한 하나의 요소 중의 하나라는 이야기를 한다. 나라는 인간은 그저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나갈 뿐이지만, 그 하루하루 내가 내리는 결정이 얼마나 중헌지 모르니까, 그 가운데에서 최선을 선택했길 바라는 수 밖에는 없다. 항상 되새김질하지만, 선택하고 가장 후회를 줄이는 방법은 그저 최선을 다하는 것 뿐이다.

나는 진짜 내가 되는 거야

지금은 참 노래도 세련되고, 자연스러우면서도 세련미 넘치는 좀 다른 모습이지만 나는 지금의 세련된 노래보다도 이 때의 날 것의 느낌이 나는 노래들이 좋다. 찾아보면 위로하는 노래야 여럿 있지만, 서사와 어울려 정말 ‘자기 이야기’를 노래에 담는 느낌이 들어 그 어떤 노래보다도 들을 때마다 위안이 된다.

가끔 주말을 정리하며 고민한다. 나 때문이 아닐까, 내가 지금 무엇인가를 하지 않아서, 아니 하지 말아야 하는 무엇인가를 했기 때문에, 내가 잘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가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내가 더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지 않았을까. 내가 더 잘할 수 있을까.

솔직히 두려웠었어

큰소린 쳐놨는데 날 증명한다는 게

펜과 책만 알던 내가 이제 세상을 놀래킨다는 게

세상의 기대치와 너무 비대칭할까봐

두려웠어 날 믿어줬던 모든 사람들을 배신하게 될까봐

우리는 왜 커뮤니티에 집중하는가 (2)

유저 인터뷰를 진행하며, 분명히 우리가 유저에게 가치를 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부분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소유주 인증 채팅방을 이용하는 유저는 크게 2개의 그룹이 있는데 – 1) 채팅방 방장 및 운영자와 2) 채팅방 이용자 – 이 둘에게 모두 가치를 줘야 작동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소유주 인증 채팅방 입장을 위한 아래와 같은 복잡한 인증 요건을 생각해보면, 저희가 소유주 인증 채팅방을 제공해준다면 이 두 그룹의 유저들에게 모두 가치를 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였습니다.

  • 채팅방 방장 : 인증 및 운영에 대한 수고로움 감소
  • 채팅방 이용자 : 개인정보 전달에 대한 불안함 감소

그렇기에, 정말 최소기능요건에 집중한 서비스를 웹으로 설명하여 고객의 반응을 살펴보았습니다. 신기하게도 저희가 보냈던, 웹페이지 설명에 인바운드로 서비스 신청을 하거나, 혹은 가격을 물어보는 (아파트 단지) 유저도 있었습니다.

이에 고무되어, 좀 더 유저 피드백을 확 모으기 위해서 과감히 광고를 집행해 보았습니다. 최대한 빠르게 한달 반 만에 앱을 런칭하고 네이버 카페 ‘부동산 스터디’에 일주일 간 광고를 집행하여, 총 839명의 가입자와 363명의 소유주 집 인증 완료 유저를 모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광고를 통해 서비스를 알리면서 의미있는 유저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크게는 1) 서비스에 관심 가지는 이용 문의 / 개선 피드백, 2) 서비스 확장 피드백 으로 나눌 수 있었으며, 상당히 힘이 나는 피드백을 얻으며 우리가 가려고 하는 방향이 해볼만한 도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힘나는 피드백]

[지역 확장] 혹은 [서비스 확장] 요청이 상당히 많았는데, 저희의 추후 서비스 로드맵 시 큰 참고가 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유저의 피드백은 2022년 1분기 및 상반기에 릴리즈를 예정하고 있는 서비스에 반영되어 있습니다)

  • 재개발 구역의 빌라/다세대 등에도 서비스 확장 요청
  • 지방에도 서비스 확장 요청 (현재 서울 및 수도권 지역만 서비스 중)
  • 분양 계약자 방 확장 요청

무엇보다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기존의 활발하게 소유주 인증 채팅방과 커뮤니티가 운영되던 곳에서 인바운드로 문의가 왔던 점이 고무적이었습니다. 특히, 서울의 유명 단지인 은마아파트와 서초 삼풍아파트에서는 직접 연락이 왔었습니다.

+ 현재 서초 삼풍아파트는 저희 서비스를 공식적으로 쓰고 있습니다.

이렇게 더 많은 유저들과 (혹은 잠재 유저들과) 커뮤니케이션하며 피드백을 받다보니, 지난 2달 간 아파트 시공사/시행사/정비업체/설계업체 등과 이야기를 하며 우리가 시장에 대해 배운 것들이 유저를 파악하고 이해하는데 큰 밑거름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와 더불어, 저희의 목표처럼 매매 시점에만 사용하는 부동산 솔루션 서비스가 아니라, 거래의 주체들이 매매 시점이 아닌 시점에도 계속 지속적으로 접속하고 사용하는 부동산 서비스 – 인증 기반의 부동산 IT 플랫폼 – 가 정말 불가능한 것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긍정 회로를 돌리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어렵기에, 한번 의미있는 플랫폼을 만들게 된다면 유저 기반 그 자체가 전략으로 시간적인 해자를 갖게 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실 정말 어려울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어렵지 않은 스타트업이 어디있을까 싶고요..)

현재 저희는 이러한 커뮤니티를 어떻게 사업의 기회로 만들 것 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으며, 같은 고민을 나누고 성장할 분을 열심히 찾고 있습니다. Software Engineer와 Product Designer 분을 모시고 싶지만, 두 포지션이 아니라도 저와, 혹은 저희 팀과 같이 이야기 나누고 싶은 분이 계시다면 편하게 jy.song@howmuchhome.co 으로 연락주시면 먼저 찾아뵙겠습니다.

내 헤르츠를 믿어

어떤 일을 할 때, 특히 정보가 많이 주어지지 않을 때 할 수 밖에 없는 중요한 결정은 너무 어렵다. 일은 점차적으로 많아지고, 무엇이 더 중한지 고민할 일도 많아진다. 하지만, 판단을 위한 근거는 늘 부족하고 매번 판단은 더 중요하고 파급력이 커져간다. 최선을 다하고, 내 헤르츠를 믿어.

우리는 왜 커뮤니티에 집중하는가 (1)

부동산 시장은 여러가지로 어려운 시장이다. 하나의 거래에 여러 이해관계자가 얽혀있기도 하고, 또한 그 이해관계자 중에서 큰 축인 중개업자는 협회와 지역 소모임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도 하다. (다양한 카르텔, 가두리 등..) 그러나 무엇보다도 시장의 혁신이 어려운 것은, 본질적으로 부동산 거래 자체가 일생 일대의 거래, 다시 말해 거래 빈도 (frequency)가 매우 낮은 양면 시장이라는데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에서의 플랫폼 생존 전략은 몇 가지로 압축되어 왔다. 거래 시점에서 우리를 통해 거래할 수 있는 유인을 제공하는 것(ex 반값 부동산) 혹은, 거래 시점에만 효용을 주는 솔루션 제공 (ex. 매물 리스팅 정보 제공) 으로 발전하여 왔다. 기존의 부동산 IT서비스 (네이버 부동산, 직방 등) 가 대부분 매물 정보 리스팅 위주로 제공되고 있는 것이 그러한 이유이다.

하지만 이렇게 흘러가는 유저 (한 유저의 거래 주기가 길고 파악하기 어렵기에 ‘흘러가는 유저’라고 지칭한다. 지금 놓치면 언제 잡을 수 있을지 모르는 유저의 성격을 갖고 있기에..) 를 특정 거래 시점에서 잡기 위한 서비스가 된다면, 이 유저를 잡는 순간을 절대 놓치면 안되기에 특정 거래 시점에 도달한 유저를 차지하기 위해 유저 당 높은 유저 획득 비용 (Customer Acquisition Cost)를 지출하더라도 데려오기 위해 매번 높은 마케팅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네이버 부동산 관련 키워드가 가장 높은 가격 중의 하나로 팔리는 것과, 직방이 상당한 스케일을 자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월 10억 이상을 마케팅 비용으로 태울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그렇다면, 이 구조를 벗어날 방법이 있을까?

부동산에서 플랫폼으로써 존재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은 거래 주체들이 거래 시점에만 쓰는 서비스가 아니라, 거래하지 않을 시점에도 오래, 또 자주 쓰는 서비스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 이런 서비스가 존재할 수 있다는 증거를 유저 인터뷰를 하다가 발견하게 되었다. (소유주 인증 오픈카톡 채팅방)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사람들은 ‘소유주 인증 채팅방’이라는 것을 운영하고 있었다. 오픈채팅방은 기본적으로 익명성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이 익명성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인증’ 이라는 매우 번거로운 과정을 통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모여 있었다. 중요한 것은 인증을 하면서도 익명성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아파트라는 주거형태는 사실 인증을 하면서도, 익명성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었다. 1,000여 세대의 하나로 인증을 받는다고 하여 익명성이 크게 훼손되지 않는다. 심지어, 오픈채팅방에 ‘소유주’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면 대부분 아파트 소유주 모임이며, 이 채팅방은 상당히 활발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신기한 현상을 살펴보기 위해, 다양한 소유주 인증 채팅방에 잠입(?)하고 그 안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이루어지는지 살펴보았다. 사실 어떤 이야기가 오고가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런데, 해당 아파트를 소유하지 않은 내가 들어갈 수 있을까?

신기하게도 그것이 가능했고, 인증은 다양한 형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까다로운 인증을 받는 방도 들어갈 수 있었다. 비번만 알아내면 되기에..)

  1. 인증이 철저한 경우 (대부분) : 주민등록증, 재산세 납부내역, 가족관계 증명서 등을 받아서 ‘방장’에게 제출하도록 되어 있음
  2. 인증이 허술한 경우: 광고 계정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한 (단지 관련한 퀴즈), 대화명 변경하지 않을 경우 강퇴 등의 소극적 방법 사용

그리고 예상 가능하듯이 인증이 철저한 경우는 인증 과정의 번거로움보안의 허술함으로 인해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인증이 허술한 경우는 수많은 광고쟁이의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었다. 심한 경우, 하루에 100개 이상의 광고를 삭제하고 지우는 광고와의 사투(?)를 벌이는 소유주 인증 채팅방이 많았다.

더욱이, 이 부분은 채팅방 운영진일수록, 방이 활성화 될수록 운영에 대한 고민이 컸다. 개인 자격으로 타인의 민감한 개인 정보를 다루면서 그에 대한(방장의 신원에 대한) 챌린지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그리고 놀랍게도 서비스 기획하기 위해 인터뷰했던 단톡방 방장 인터뷰 중 한명은 해당 지역의 공인중개사였다..) 신기했다. 그렇기에, 종종 아래와 같은 사고가 나고는 했다. (인증방에 개인 정보를 용감하게 올린 경우와, 실제로 검증이 안된 상태로 문제가 되었던 사례)

그럼에도 불구하고 – 인증이 번거롭고, 그 과정에서 개인정보 유출의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놀라운 공간에서의 에너지는 상당했다. 과연 이 유저들의 고민을 어떤 식으로 해결하고, 어떤 가치를 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