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팀원 피드백을 주면서 1년 전 쯤 정리했던 이 포스팅이 생각나서 생각을 다시금 정리해본다.
이슈: To do list를 먼저 정하고, why를 생각하는 경우의 문제점
무슨 일을 할 지 정할 때, 일의 순서가 중요하지 않다고 하는 경우도 있는데, 나는 일의 순서가 결국 디테일을 결정하고, 큰 방향을 가르게 된다고 본다.
그렇기에 what을 정하고 그 다음에 why를 생각해보는 것이 아니라, why를 먼저 생각하고 what을 정하는게 (거의 대부분) 더 전략적으로 나은 선택을 만든다. what을 생각하고 why를 정하다보면 (사람의 머리구조상) what을 설명하기 위한 why가 나올 수 밖에 없다. 이걸 똑같은 what을 도출하기 위한 두괄식적인 접근이라고 보면 곤란하다.
이 일을 왜 하는지, 해야하는지 고민하다보면 가장 본질적이고, 때로는 창의적인 what이 나오는 경우를 자주 목격했기 때문이고, 그게 전략적인 접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엇을 만들 것이냐’를 고민할 때, 제일 중요한 것은 ‘무엇을 만들겠다’라는 목표가 아니라, ‘왜 그것을 만들어야 하는지’, 또는 ‘그게 왜 문제인지’에 대한 유저접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 이것을 만들어야 하는 것인가’를 완벽하게 설득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한 PO의 자질이라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는 생각도 든다.
최근 위의 피드백이 다시 필요한 팀원이 있어서, 이번에는 어떤 식으로 전달하면 좋을까 고민하다 다시금 1년 전에 썼던 내용을 더 쉽고 이해가 갈 수 있는 버전으로 정리 중이다.
[예시]
저 포스팅을 작성하며 들었던 가장 대표적인 예는 우리 서비스의 기능 중 하나인 ‘주소입력 없이 자동인증’이었다. 당시 우리가 파악했던 문제는 ‘집주인 인증 시 주소 입력에서 이탈이 크다’라는 것이었다. 만약 이 당시에 우리가 빨리 To do list를 고민했다면 당장할 수 있는 선택지(그리고 쉽게 To do list를 뽑으라면 생각해낼 수 있는 선택지)는 ‘주소검색 엔진을 고도화한다’라거나, ‘더 다양한 주소 DB를 확보한다’ 등 상당히 작업량은 많으면서도 고민되는 부분이 많았다.
그러나 우리는 문제인 ‘주소 입력을 어려워한다’ 라는 부분에 집중했고, ‘도대체 왜 주소입력을 어려워할까?’라는 근본적인 질문(WHY)을 던졌다. 약간의 필드리서치의 경험을 통해 해당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냈고, 주소 입력에서 이탈이 많았던 유저들의 진짜 이유(root cause)는 ‘주소를 잊어버려 기억하기 어려워한다’였다.
다시말해,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주소검색 엔진을 고도화한다’라거나, ‘더 다양한 주소 DB를 확보한다’의 HOW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였다.
거기서부터 생각난 해결 방법은 ‘아예 주소 입력을 하지 않고 인증을 할 방법은 없을까?’ 였고, 결국 우리는 아예 주소입력을 하기 이전에 인증을 시켜버리는 방법을 가져오게 된다. 물론 말할 것도 없이 전환율은 급격하게 개선되었다. 그냥 주소엔진을 고도화하는 방법으로는 비교도 할 수 없이, 그리고 유저에게는 더 쉽고 편한 방법을 제공하며 문제를 해결하게 된 것이다.
만약 우리가 전환율을 빨리 올리기 위해 당장 검색엔진을 개선하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오히려 ‘아, 이 문제는 해결할 수 없어’라며 빨리 해당 문제를 포기하게 되지 않았을까 싶다. 당장 To do list를 세우고 일로 뛰어들어가고 싶은 마음은 이해할 수 있지만, 정말 문제를 그렇게 간절하고 풀고 싶기에 To do list를 세우고 전파하기 전에 무엇보다도 ‘왜’라는 질문을 하고 파고들어야 진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렇다면, Why에 집중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방법은 무엇일까
Why는 쉽게 찾아지지 않는다. 특히 어려운 문제일수록 더 그렇다. 그렇기에 반년 전에 의사소통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한 4단계 커뮤니케이션 방법에 대해서 팀원에게 공유했고, 이 방법은 무엇보다도 Why로 가기 전에 How와 What으로 생각이 흘러가지 않게 하기 위한 사고의 툴로 권유할만하다고 생각된다.
잠시, 현상을 공유하고 거기서 5번만 WHY라는 질문을 Top grading 방식으로 질문하다보면 보이는 것들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타인에게 간결하게 설명하지 못한다면 문제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설명하지 못하는데 ‘그냥 원래 그렇다’거나 ‘그래야만 해’라는 것들은 우리가 믿고 있는 종교와 법령 이외에는 없다.
[레퍼런스]
- Simon Sinek ‘Golden Circle’도 비슷한 (하지만 완벽하게 같지는 않다) 사고 구조를 따른다
- 5 Why – 5번 정도 Why를 물어보다보면, 문제의 본질을 깨달아 근본원인을 파악하여 해결할 수 있게 된다
The ‘why’ will guide the ‘what’ and the ‘how’
The design guru Tim Brown, CEO of IDEO, writes in Change by Design “Don’t ask what? ask why?” and continues: “asking ‘why?’ is an opportunity to reframe a problem, redefine the constraints, and open the field to a more innovative answer. […] There is nothing more frustrating than coming up with the right answer to the wrong ques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