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년

이번 주로 창업한 지 3주년이 된다. 상당히 높은 업무강도를 감당하며 커리어 전반을 지내왔지만, 지난 2개월은 너무나 정신없이 바빠 생각을 정리할 틈도 없는 인생의 그 어떤 순간과 비교조차 안되는 시기였다. 그래도 이 시기를 제대로 정리하고 가지 않으면 너무 아쉬울 듯 하여 3년이 지나가는 생각을 정리해봅니다.

Do things that don’t scale

지난 1년,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3개월은 저 유명한 문구가 계속 마음에 맴돌았습니다. 지난 몇 달간은 정말 눈코뜰새없이 바쁘다는 말이 정확하게 어울릴 정도로 정신없는 하루 하루였습니다. 다만, 그 하루하루의 노력이 과연 효율적으로 규모를 키우는데 (Scale up) – 더 정확하게 말하면 우리가 효율적(being efficient)으로 일하고 있는지 – 에 대한 고민이 커져가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서비스의 주 타겟층이 60대, 사실 그 이상이기에 때로는 앱을 설치해주기 위해 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리는 재건축 관련 행사에 팀원들이 직접 현장에 나가서 한명 한명 일일이 설치해주거나 또는 전화를 통해서 앱 설치 자체를 안내해야 하기도 했습니다. 팀원 중 한명은 ‘지연님 우리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해요?’라는 하소연을 하기도 했으며, 그럴 때마다 저도 나름의 고민이 생기는 순간들이었습니다. 창업자로 사실 어떤 특정 순간이나 기간 동안 비효율적이더라도 더 효과적이라면(being effective but not efficient) 견뎌내야 하는 순간들이 있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과연 언제까지 이렇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그리고 이렇게 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 생각해보는 순간이 종종 찾아오기도 했습니다.

문득 그 순간 든 생각은, 이렇게 스케일업 되지 않는 일을 할 수 있는 것 (또는 해내는 것) 자체가 큰 경쟁력을 갖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대기업은 이렇게 스케일되지 않는 일은 안할거다 = 이 자체가 진입장벽일 수 있음
    • 아마 적어도 이런 스케일 되지 않는 규모의 일을 하기 위해서는 ‘시간’, ‘인력’, ‘자본’ 또는 그 모든 것이 들 수 있습니다. 다시말해 스케일업이 어려운 특성 자체가 한번 스케일에 도달하는 순간 진입장벽으로 작동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규모라는 것 자체가 스케일을 만든다 = 그런데 그 때까지는 스케일이 안되는 이삭줍기를 해야할 수도 있음
    • 서비스를 발전시키다보니 시간이 지나면 스케일업이 안되는 상황에서도 스케일업을 하는 방법과 요령이 생기고는 했습니다. 원칙을 세울 순 없지만, 무엇인가 돌파구를 만들다보면 자연스럽게 방법들이 신기하게도 생기고는 했습니다.

그 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 잘하기 위해서는 창업자의 지속적인 성장이 필요함

지난 3년을 돌아보며 정말 아쉬웠던 부분은 첫 2여년 간의 시행착오이다. 이 시행착오는 비전, 제품, 팀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창업자로써의 내 자신의 시행착오였다. 며칠 전 다시 생각해봐도 처음으로 돌아간다면 아마도 실수를 덜하고, 조금 더 잘할 수는 있지만 더 열심히 하기란 무리였을 거 같고, 다시 말해 그냥 나는 내 실력만큼 해왔던 것이기에 누굴 탓할 것도 아쉬워할 부분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사람/팀/채용에 관한 생각은 이미 모르는 부분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경험해야만 더 느끼고 변하게 되는 영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답이 없는 이 과정에서 최선을 찾으려고 노력한다면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계속 변화시키고, 더 나은 변화를 위해서는 내 최선을 성장시키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으리라.

시기에 따라 변하는 고민들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몇 달간 정말 모든 지표와 시그널이 좋았다. 그런데 계속해서 우리 잘하고 있는지 고민이 들었다. 아니, 근본적으로 ‘잘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 제대로 감을 찾지 못하고 몇 달을 헤메였던 것 같다. 쉽게 말해 무엇을 모니터링 지표로 봐야할지 조차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 막연하게나마 B2B 계약 건 수와 함께 MAU와 Retention을 지표로 삼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마루커넥트를 통해 소개받은 양승화님을 통해 “그런데 대표님, 유저들이 얼마집을 쓰고 성공한다는 게 어떤 뜻인가요?”라는 질문을 받으며 머리를 한 대 맞은 거 같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 제품을 쓰는 고객들, 혹은 유저들이 이 서비스/제품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이루게 해줬는지에 대한 부분을 지표로 삼았어야 하는데 어쩌면 우리는 유저를 피상적으로 대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간 지표 모니터링이 완전 실패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말해, 우리 제품을 쓰는 유저는 ‘얼마집을 통해서 소유주 연락처를 빠르게 모아서(how),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신뢰를 쌓고(how), 동의서를 빠르게 제출(goal)했어요’ 라는 Jobs to be done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런 부분들을 지표 모니터링에 녹여낼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동시에, 최근 수익성과 BM에 대한 고민을 하며 임승현 이사님을 만나 고민을 나누다가 “대표님, 비즈니스 모델과 수익 모델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시기가 되신 것 같아요” 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또 한번 아차 싶었다. (아차하는 순간이 왜 이렇게 많은지..) 유저에게 주는 가치와 그걸 어떻게 수익화할지는 다른 고민이었는데 너무 원론적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또한 다른 스타트업 대표님들과 이야기하며, 좋은 시장이란 객단가가 높아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확보된 수익성을 통해 재투자로 이어질 수 있는 싸이클을 보유한 시장이라는 것과, 이런 좋은 시장에서 전략적인 해자가 없다면 결국 시장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큰 경쟁자 (네이버, 카카오 등..) 에게 쉽게 따라잡힐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는 생각도 배울 수 있었다. (다른 분들에게 배우기 전에 알고 있다면 좋을텐데..)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마음, Grit일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3년 간의 시간을 한 줄로 요약한다면, ‘지금 모른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알아낼 것이고 어떻게든 해결해 낼 것이다’라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제일 중요했던 것 같다. 다행히 3년 간 주변의 여러 도움과 믿음을 통해, 실수는 많았지만 어려워보여도 스스로를 다독거리며 나갈 수 있었다. 그래, 스스로가 스스로를 믿어주지 않는다면 누가 우리를 믿어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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