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회사 회고

올 해의 회고를 진행하며, 한국프롭테크가 팀으로 배운 내용에 대해 정리해보았습니다. 2024년에는 더 많은 배움과 성장이 있기를 바라며 한 해동안 여러가지로 응원하고 다양한 기회를 마련해주신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모든 인연은 소중하다

올 한 해 우리를 찾아준 유저, 고객들을 살펴보다보니 거의 대부분이 누군가의 소개를 통해 우리를 알게되고, 계약을 진행하게 되었다. 직장 동료의 추천, 혹은 기존 고객의 추천을 통해 서비스를 알게 되었고 아직 적극적으로 외부에 서비스를 알릴 기회를 갖기 어려운 우리같은 작은 팀에게는 (정신적으로도) 큰 힘이 되었다. 누군가 우리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느낌은 초기 제품팀에서는 그 무엇보다도 큰 응원이 되는 것 같다. 그렇기에 한 분 한 분 만날 때마다 최선을 다해 우리를 소개하고 우리가 어떤 미션 아래 일하는지 설명하는 것이 당장의 인연으로 이어지지 않다고 하더라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한 해가 되었다.

그리고, 팀 리빌딩을 할 시기에 도와준 이동욱님, 한기용님, 고재필님을 통해서 정말 큰 도움을 받았다. 사실 세 분에게 처음 고민을 털어놓을 때 외부의 누군가가 우리 문제를 해결해줄거라는 기대보다는, 우리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적어도 내부에서 생각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만 있었다. 세 분 모두 진심어린 조언을 주셨고, 내부에서도 오픈된 마음으로 조언을 들었던 덕분에 2023년 상반기보다는 하반기, 그리고 하반기에서도 여름보다는 겨울에 가까울수록 ‘일이 즐겁다’, 그리고 ‘몰입된다’라는 내부의 이야기가 들려오게 되었다.

진짜 고객을 만드는 것은 내부의 끈기

B2B로서 계약을 진행하는 과정은 상당히 외부의 변수들이 존재한다. 우리의 이슈가 아니라, 해당 조직 내에 이슈 (예. 재건축 추진 중단 등) 으로 인해 무기한 연장되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예상치 못하게 새로운 서비스의 도입을 반대하는 보수적인 목소리 때문에 계약 직전에 좌절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올 한 해 큰 기대를 안하고 서비스의 업데이트 된 내역들을 꾸준히 공유했던 일부 단지들에서 예상치 못하게 다시금 연락이 오는 것을 보면서 B2B에서 휴면 (dorment) 고객을 살리는 것은 내부의 끈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광고에서 첫번째 터치포인트에서 바로 전환을 이끌어내는 경우는 없는 것처럼, 리소스가 많이 들지 않는 고객 접점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한 해였다.

제품은 팀원 모두가 만들어내는 가치의 합

어쩌면 올 한 해는 제품에 대한 깨달음 이외에도 팀으로써의 깨달음도 많았었는데, 무엇보다도 작은 팀으로 효과적으로 일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다. 효율적이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효율적인 것과 효과적인 것은 항상 페어로 다니는 단어가 아니며 종종 효과적인 것은 효율적이지 않거나 효율적인 것은 효과적이지 않은 경우가 있다), 모든 제품의 개발 과정에서 전 팀원이 몰입하고 제품에 관심을 가지는 과정이 의미있다고 배우게 되었다. 물론, 제품에 대한 결정을 모두가 하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개발자라고 하더라도 내가 만든 제품이 유저의 어떤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느냐를 관심갖고 지켜보는게 제품 자체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팀워크의 부활 – 신뢰라는 것은 서로를 성장시키려는 마음

올 해에는 큰 에픽 단위의 프로젝트가 끝나면 워케이션에서 팀원들에게 같은 책을 같이 읽고 이야기 하는 방식을 도입했는데, 가장 첫 책으로 팀워크의 부활 (5 dysfuctions of a team)을 선정했다. 이 책은 한기용님으로부터 추천받아 읽고, 여러 번 읽으며 우리 팀을 돌아보게 되었던 책인데, 무엇보다도 가장 마음을 울렸던 것은 다음의 구절이었다.

‘신뢰’란 모두가 내 편이라는 생각과는 다른 겁니다. 서로 신뢰한다고 해서 상대에게 압박을 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신뢰란 팀 구성원이 언제 동료를 압박해야 할 지 그 때를 정확히 아는 것입니다. 팀에 애정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 일을 하는 것입니다.

압박을 하되 존중하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는 한다는 마음가짐으로요.

팀워크의 부활, P.307

팀빌딩이 왜 필요한지, 개인적으로 다가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많은 부분 간과했었지만, 회사란 어쩌면 많은 시간을 보내는만큼 회사라는 공간은 각 팀원에게는 자아실현을 하는 공간, 자기효능감을 느끼는 공간이자 관계를 맺는 곳이고, 팀으로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갈 때 감정적인 유대감이 서로 필요하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미션과 비전은 선택하는 것 – 우리가 우리를 믿는 것

올 한 해 감사하게도 이런 저런 상(부동산원, 국토교통부장관상)을 수상할 기회와 과제 발표가 있었는데 종종 발표 평가 중간에 너무 속상한 피드백을 받기도 했었다. ‘누가 그 서비스를 쓸까요?’ 혹은 ‘시장이 그렇게 빨리 변할까요?’라고 레거시가 강한 시장의 특성 상, 서비스의 방향성과 필요에 대해서 동의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시장에 잘 침투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피드백이 많았다. 물론, 여전히 믿지 않는 유저, 시장참가자들도 다수 있지만,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믿지 않는다면, 이 방향으로 시장이 변할 거라고 믿는다면 한번 도전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도 이런 고민 끝에, 5월에 비전/미션/서비스 로드맵에 대해서 러프하게나마 그림을 그리고, 유저의 피드백을 열심히 들으며 문득 11월에 하반기 점검을 위해 다시금 해당 문서를 열며 그간 ‘도시정비사업을 빠르고 투명하게’라는 미션 아래 세워놓은 개별적인 개발 로드맵을 11월까지 거의 그대로 지키고 있는 것을 확인하며, 놀랍게도 5월에 중요하다고 생각한 순서대로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사실 이 경험은 너무 놀라워서, 내부적으로 회의를 하며 ‘6개월 간 이 문서를 보지 않았는데, 그 때 중요하다고 한 순서대로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을 보며 우리의 방향은 맞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우리의 앞으로 고민은 ‘속도’를 어떻게 높여나갈 수 있을지, 그리고 이 제품으로 어떻게 수익화를 성공적으로 할 지가 될 거 같습니다’라는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우리가 우리를 믿지 않으면 누가 우리를 믿어줄 것인가, 그리고 우리를 먼저 믿어준 고객들을 생각한다면 우리가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것은 너무 부끄러운 일이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물론 레거시가 강한 이 시장에서의 불신, 그리고 아직은 변화의 시기가 도래하지 않았다는 회의감은 계속해서 스스로를 증명할 수 있을 때까지 이겨내야 하는 것이고, 내년도 우리의 과제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조직의 모습은 정답이 없다 – 리더십과 시니어에 대한 환상

리더십과 시니어에 대한, 더 나아가 팀의 구조에 대해서 완전히 생각을 바꾼 한 해가 되었다. 사실 정답은 없는 문제이지만, 우리 상황에서의 최적화된 구조는 있을 것이고, 완전히 새로운 팀 빌딩의 관점을 갖게 되었다. 물론 이 고민과 깨달음은 대표인 나만의 깨달음일 수도 있겠지만, 초기 스타트업에서 대표의 깨달음은 곧 회사의 깨달음으로 이어지기에 같이 포함시켜 정리해본다.

오히려 초반에 경력이 많은 시니어 중심으로 팀을 구성하려고 하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그간 ‘연차 중심’으로 생각했던 시니어와 리더십에 대한 관점을 완전히 탈피하게 되기도 하였다. 다시금 초기 팀에 더 맞는, 좋은 멤버란 어떤 사람일까 생각을 정리하게 되기도 하였다. 오히려 경력이 좀 더 많은 사람에 대한 일종의 환상에서 벗어나면서 좋은 풀의 멤버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고, 2024년에 대한 희망을 채워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Outro

올 해 팀 회고를 진행하며 확실히 2022년보다는 나은 팀과, 나은 제품, 그리고 더 나은 내가 되었다 느껴졌는데 아쉽게도 그만큼의 수치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습니다. 2024년에는 이러한 질적인 성장 뿐만이 아니라 양적인 성장에 대해서도 즐겁게 회고할 수 있기를 바래보며 이번 회고를 마쳐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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