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잡기

최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은 지인들은 내가 참 좋은 사람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럴 수도 있고, 어쩌면 내가 이야기를 꺼냈으니 모든 이야기가 나에 맞춰져있기 때문에, 혹은 나와 듣는 사람의 관계 때문에 나를 좋게 이야기해주는 것 일 수도 있다.

그렇거나, 혹은 그렇지 않거나 상관없다. 내가 마음먹기로 결심한 것은, 내가 지키고자 하는 것들 안에서 성공하기로 했고 그런 성공이야말로 의미가 있다고 믿는다. 문득문득 감정이 나를 압도하는 느낌이 들었던 한 주 였지만, 이것도 내가 선택한 것이고, 그저 다음 선택은 더 나은 선택을 하면 되는 것.

적어도 나는 정말 사람에 최선을 다했고, 그렇다면 그 관계에 후회가 생기진 않는다.

내가 싫어하고, 힘들어하게 되는 관계에는 적어도 하나의 원칙이 있다는 것을 배웠다 – I know it all 의 태도를 가진 사람과는 결코 잘 지낼 수 없는 것 같다. 그리고 편견이 생긴 것 같지만, 그러한 I know it all의 태도를 가진 사람들의 어떤 공통적인 특성이 있고, 나는 그 부분을 바꿀 만한 역량은 안되는 것 같다.

위에 이야기한 것처럼 다음에는 더 좋은 선택을 하기 위해 부끄럽지만 기록해놓고, 잊어버리지 않으려 한다.

사람과 팀에 관한 생각

최근에 팀과 사람에 대한 생각으로 머리가 상당히 복잡했다. 무엇이 맞을까 (what’s being right for me?) 내가 혹시 잘못하고 있는 것인가? (What am I missing?) 나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가? (Am I the problem?) 여러 가지 생각이 동시다발적으로 드는데, 어느 것도 확실하게 결론 나진 않았지만 생각을 하면 할수록 확실해지는 것은 하나 있다.

그동안 나는 팀을 다층적 레이어라고 생각했다. 이를테면, 초반에는 다음 그림에서 페이스북과 같은 형태일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팀을 ‘퍼즐을 맞춘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협업을 통해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가는 조직으로 서로의 강점이 다르고, 서로의 다른 강점으로 단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것이 팀이라고 생각했고 그런 관점에서 사람을 만나고 팀빌딩 이야기해왔다. 그런데, 아마도.. 내 생각이 좀 틀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팀 빌딩 관점

그간 여러 대표님들을 만나며 팀에 대한 다양한 관점이 있다는 것을 들었고, 아마도 업의 성격, 대표의 성향, 조직 구성원 성격에 따라서 다르기에 정답이 존재하기 어렵지만 공통적인 이야기들이 존재하긴 했었다

  • 잘하는 사람이 잘함 – 하지만 유니콘 같은 존재
  • 그래도 회사 성장별로 좀 더 각자의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은 있음 – 하지만 시기에 맞는 성장이 어렵다면 다음 스테이지에는 헤어져야 할 수 있거나 회사 성장의 고인물이 됨

또한 성장의 드라이버로 좋은 팀이 좋은 시장과 좋은 제품을 찾아나가는 것이 정석이지만, 모든 팀이 그럴만한 역량을 갖고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PMF라는 것은 단순히 (단기간에서는) 팀 역량의 합이 아닌, 다른 요소들 (예. 운) 도 있기에.. 그래서 때로는 PMF가 팀의 성장을 이끌기도 하고, (장기에서는) 팀의 역량이 PMF로 이끌어 나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간 결론적으로, 현재에 충실하며 ‘이 친구가 들어오면 회사에, 팀에, 제품에 어떤 value added가 있을지만 생각하려’고 했었고 – 이 조언을 해준 친구는, ‘이 사람이 들어오면 제품 / 고객 관점에서 얼마나 좋아질까’라는 그림이 그려지면 채용을 진행한다고 했었고 – 어느 정도는 여전히 바뀌지 않는 채용에 대한 관점이다.

그러나 하나 달라진 것이 있다면 – 초반에 페이스북과 같은 구조를 지향했으나 현재에는 애플과 같은 계층구조로 생각하고 있다. (그간까지 여러 회사 생활을 거치며 제일 즐거웠고, 또 바람직했던 조직의 방향을 본다면 구글과 같은 계층구조가 장기적으로 좋아보인다 생각했었다) 초반에 페이스북처럼 다층적 레이어로 생각했기에, 사실 초기팀치고는 경력이 있는 사람 위주로 팀을 채워넣고 있었다. 경력자들로 구성된 초기팀에서는 페이스북과 같은 메시구조가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 6개월 동안, ‘시니어’라는 존재에 대한 내 관점이 산산조각 나면서, 애플과 같은 구조로 전환을 하게 되었고 현재처럼 작은 회사에서의 중요한 판단 기준 중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나랑 맞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시니어에 대한 내 관점의 변화 중에서 중요한 변화 2가지가 있었던 것 같고, 시간이 나면 이 부분에 대해서 추가로 정리해보려 한다. (또다시 드는 생각, 왜 나는 꼭 겪고나서 깨닫는가…)

  • 연차 중심으로 시니어를 생각하는 관점이 틀렸거나
  • 시니어에 대한 과도한 환상을 경계

그런 관점에서 ‘나랑 잘 맞는 사람’에 대한 정의를 스스로 내려보는 시간을 가져봤다.


나는 deep thinker를 좋아한다.

나는 어떤 판단을 내리는데 여러가지를 고려하고 결정을 내리는 편인데, 어떤 사람들은 판단을 내리는데 상대적으로 빠르다. 사실 오랫동안 이 부분을 부러워했었고, 어쩌면 사람의 지적능력을 보여주는 indicator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다만, 최근 일련의 일들을 겪으면서 지금은 (특정 문제에서) 빠르게 판단을 내리는 것과 지적능력은 상관관계가 없다고 결론짓게 되었다.

조금 더 부연설명을 하자면, 1+1=2처럼 ‘정답이 있는 문제’에서의 빠른 판단은 어느 정도 지적 능력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되지만, 정답이 없는 문제에서의 그리고 irreversible한 문제에서의 빠른 판단은 지적 능력을 대변해주지 못한다. 오히려, 이 부분은 지적능력과 관련이 있다기보다는 ‘성향’을 드러내준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때로는 복잡한 문제의 빠른 판단은 낮은 지적능력과도 관련이 있다는 생각도 든다. 깊게 생각하는 훈련을 못 받은 것이기 때문에..)

물론 모든 문제가 같지 않지만 – 베조스 형님의 type1, type2 에서의 type1의 결정처럼 매우 중요한 결정에서의 빠른 판단은 나에게는 곧 ‘성급한 판단’과 같은 의미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문제를 다양한 요소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 내 입장에서는 충분한 why 없이 결정하는 것 – 결정을 내리는 사람과는 적어도 잘 어울리기 어려운 것 같다. 그리고 적어도 전략이나 제품기획 등의 영역에는 deep thinker가 필요한 것 같다.

나랑 비슷한 가치관 (value system)을 지닌 사람을 좋아한다

가치관이라는 것은 너무 포괄적인 용어이기에 조심스러웠는데, 이를테면 가치관은 어떤 한 사람의 세계관이다. 이 세상은 선한 사람으로 구성되어 있는가, 또는 악하게 태어났는가 생각하는 것도 그 사람의 세계관이다. 크게는, ‘일은 즐거운 것이다’라는 것도 비슷한 가치관이라고 할 수 있는 것 같다. 스스로의 일을 성취해나가며 얻는 보람을 큰 우선순위로 두는 것이 중요한 사람이어야 할 것 같다.

나는 스스로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일에 한정지어 정의한다면 ‘나는 스스로 즐겁고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예를 들면, 이 일을 하다보면 수많은 힘든 일이 발생한다. 그리고 위의 이야기 중에서 ‘일이 즐겁고 인생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러한 힘든 날들은 더 크게 다가올 수 있기에, 스스로의 기분을 컨트롤 할 수 있게, 그 힘든 날 중에 스스로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어야 좋을 것 같다. 어쩌면 사소한 것에서 행복함을 발견하고 주변에 전파할 수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Outro

정답이 어디있으랴, 하지만 2023년 7월 말 시점의 내 결론은 우선 여기까지 온 것 같다.

It’s fun being me

뒤돌아보면, 분명 이 시간이 나를 성장시키고 있겠지. 다만 조금만 더 체력이 좋았으면 좋겠다. 여전히 80밖에 안되는 능력을 90, 100으로 쥐어짜서 살고 있는 느낌.. 그냥 나는 평생 이렇게 살 것 같기는 하다. 훌륭한 대표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여전히 자괴감도 들고, 여전히 내 스스로에 대한 자기확신은 계속 스스로 세뇌해야만 겨우 채워진다.

상반기 회고도 했고, 느리지만 조금씩 대표로 자각도 하며 발전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하는데 아직도 많이 부족하고 정말 아쉽고 속상하다. 종종 나는 리더로 태어난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그런데, 포기하고 싶진 않다.


가끔 힘들 때면 중학교 때 체육 시간이 생각이 나는데, 그냥 나는 정말 다 잘하고 싶었고 그냥 할 수 있는 최선을 항상 다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뭔가 열심히 하면 정말 다 되던 경험이 여러 번 누적되니.. 그냥 열심히 할 수 밖에 없었다. 나를 만난 사람은 알겠지만, 한번도 몸이 튼튼했던 적도, 체력이 좋았던 적이 없다.

체육 시간에 배구공으로 리시브를 제자리에서 60번 해야 A를 맞는 시험이 있었을 때는 그냥 계속 연습하다가 양 손목에 멍이 정말 주먹만하게 들다가 못해 멍이 가시질 않으니 부모님이 놀라서 병원가서 엑스레이 찍자는 걸 설마 뼈 부러지겠냐고 계속 연습하고 결국은 A를 받았던 적도 있었고, 삼단뛰기를 해야하는데 매일 하교하고 줄자 들고 나가서 동네 놀이터에서 연습하며 2m 80을 뛰다가, 시험 당일에 기적적으로 3m 10을 뛰어 A를 맞았던 적도 있다. (물론 해도 안되는 영역도 많았다. 이를테면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한번도 800m 를 완주해 본 적은 없는 듯 싶다.)

솔직히 나도 그 당시에는 내가 A를 받을 수 있을라고 생각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그런데 또 그게 안 될 거라고 생각하고 힘들어하지도 않고.. 그냥 계속 했었다.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고, 항상은 아니라도 많은 경우 그런 내 노력에 좋은 결과들이 돌아왔기에, 어쩌면 지금처럼 내가 할 수 있을지조차 가늠이 안되는 삶에서 지치지 않을 수 있는 것 같다.

It’s fun being 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