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필요충분조건’

시끄러운 시국을 맞아 많은 시민들이 광화문에서 촛불을 드는 모습을 보며, 에이비일팔공의 한 해를 정리하고 내년의 목표를 잡기 위해 여러 가지 생각을 거듭하던 중, 자유라는 가치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자유라는 상태는 – 자유(Free) 라는 것은 사전적으로 “어떤 힘이나 통제안에 있지 않음”을 뜻합니다 – 주어지는 가치/상태라기보다는 구성원들이 “얻어내는 것” 으로 인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수십년 전에만 해도 역사적으로 뒤돌아본다면 자유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가치는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자유라는 것은 성숙한 시민들이 오랜 시간 투쟁을 통해 얻어낸 가치와도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를 누리고 있는 성숙한 시민들에게는 자유를 훼손하는 일이 발생했을 경우 그것을 지키기 위한 의무가 따른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기업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똑같이 자유로운 회사에는, 자유로운 회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성숙한 직원들의 책임있는 행동이 뒷받침 되어야 합니다.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고 있다는 Netflix의 HR 문서의 가장 중요한 한 축이, 바로 이러한 자유의 가장 중요한 “성숙한 직원”에 대해서 설명하는 장표라고 봐도 무방하다 생각합니다.

왜 통제와 규율을 도입하는 것일까?

그런 점에서 통제와 규율을 많이 내재화하고 있는 한국의 조직은 자유의 가치를 인정한다기보다는 관리자 입장에서 그저 “면피용”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게 합니다. 점심시간을 12시부터로 정해놓고, 직원들이 사람들이 붐비는 시간을 피하기 위해 11시 30분부터 식사를 하자 회사의 게이트를 12시까지 막아 놓아 11시 30분부터 모두 점심을 먹기 위해 긴 줄을 서야했던 모 회사의 사례가 낯설지 않은 것이 많은 한국의 조직입니다.

사실 이는 사람들이 “왜 점심을 일찍 먹으러 나올까?” 혹은, “일찍 점심을 먹는다면 무엇이 문제일까”라는 2가지의 질문만 제대로 해도 문제의 핵심에 조금 더 접근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합니다. 결국 문제는 1) 붐비는 구내식당이었으며, 그로 인해 2) 점심을 일찍 먹은 직원은 휴게시간을 오래가지는 것을 문제로 인식하였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마도 일찍 점심을 먹는 직원의 휴게시간이 길어지고 그에 따른 생산성 (성과) 저하를 우려한 조치가 아니었을까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는 점심을 먹기 위해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하는 더 큰 비효율을 가져오게 되었지요.

그러나 과연 각자 다른 점심시간을 가지는 것이 생산성 저하를 가져왔을까요? 혹, 생산성 저하를 가져왔다고 하더라도 점심시간을 통제하는 방법으로 이 생산성 저하의 문제를 해결해야만 했을까요?

통제와 규율 안에서는 관리하는 사람도, 관리받는 직원도 편합니다. 관리받는 직원의 경우 누군가 너는 밥먹고 왜 쉬고 있어? 라고 하면 “휴게시간”이라는 이유가 있고, 관리하는 직원의 경우 생산성을 보장하기 위해 최소한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과연 정말 생산성 저하를 우려해서 내린 조치였을까요? 관리자 입장에서 생산성이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누가 더 높은 생산성을 낸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요?

 

자유로운 문화의 전제조건: 가치관의 강한 공유

통제와 규율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자유를 통해 개인이 가진 능력을 최대로 이끌어내보려고 하는 시도는 많은 조직에서 있어왔고, 앞으로도 있을 예정입니다. 그러나 생각보다 자유스러운 문화는 개인을 무조건적으로 믿고, 모든 사람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알아서 잘 할 것이다’라는 나이브함을 전제로 하진 않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이는 인간에 대한 다른 가치관, 인간에 대해서 통제와 규율의 대상이 아닌 스스로 판단하고 최고의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결국, 자유라는 것이 문화에 스며들기 위해서는 개인의 판단력과 행동자제력(discipline) 에 대한 강한 신뢰,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조직내의 채찍과 당근이 있어야 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적어도 자유로운 문화 아래 있는 모든 조직원들이 소위 말해 ‘무엇이 바람직한지’, ‘우리 조직에서 추구하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강한 공감대와 이해가 공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직이 어떤 개인이든간에 ‘이 행동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혹은 바람직하다’는 것에 대해서 비슷한 수준의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상황이어야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는 쉽고도 어려운 일 입니다. 여성의 복장에 대한 기준이 지난 수십년간, 수백년간 얼마나 극적으로 변해왔는지 생각해본다면, 모두가 공유하는 공감대라는 것은 생각보다 절대적인 가치도 아니고 변하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심지어 모두에게 똑같은 방식으로 공유되기 어렵습니다.

자유로운 문화의 전제조건: 책임과 성숙을 요구

만약 복장이 자유롭다고 하여 누군가 나체로 출근하거나, 근무시간이 자유롭다고 하여 매일마다 마음 내키는 시간에 출근과 퇴근을 한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내 자유가 중요한 만큼 타인의 자유도 존중해야 하고, 또한 팀으로써 최고가 되기 위한 협업의 가치도 존중해야 합니다.

만약 사내 카페테리아에서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다과가 있는데 누군가 그것을 전부 독차지한다면 (예를 들면 사내 다과를 다시 재판매한다던가..) 결국 회사가 내릴 수 있는 결정은 ‘다과를 마음껏 가져갈 수 있는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될 것임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결국 조직 구성원들이 공유된 가치관에 기반한 판단을 실제 실행으로 옮길 수 있는 자제력이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자유는 끊임없이 위협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실제로 좋은 조직은 통제와 규율을 통해 구성원에게 영향을 미치기보다는 자유의 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하여 받아들이며, 그런 사람들에게 인센티브를 주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나갈 수 있도록 – 혹은 부끄러움을 알 수 있도록 – 하는 ‘양화가 악화를 구축하는’ 문화와 규칙 안에서만 가능합니다.

 

아마도 이제 조직으로서의 모습을 갖춰나가기 시작한 에이비일팔공에게는 처음으로 맞는 도전일 것 입니다. 그 과정에서 다른 좋은 조직들처럼 책임을 지는 자유로운 문화를 정착하기 위해 시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좋은 조직을, 좋은 팀을 만들고자 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고민하고 있는 에이비일팔공을 많이 격려해주시고, 오셔서 함께 이 여정을 만들어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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